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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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과 적립금 증액만 초래할 사학 적립금 대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10.15 조회수 :807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14일 ‘사립대학 적립금 조성 및 관리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유형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제도를 도입하며 △투자유가증권에 대해 모든 평가이익과 평가손실을 시가로 평가해 결산에 반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비회계,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적립금 문제를 제도 개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발표한 내용은 적립금의 핵심 문제와는 거리가 동떨어진 면피성 정책에 불과하다.

 

먼저 교과부는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교비회계 계정과목으로 존재하던 등록금과 적립금을 별도의 회계로 떼어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학 교비회계는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 그리고 이들 회계를 제외한 교비회계 등 모두 3개로 구분된다.

 

교과부는 별도의 등록금회계 운용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기금회계 운용’을 통해 적립금 적립 재원과 사용 내역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한정 늘어나는 적립금 막을 수 없어

 

그러나 이번 조치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적립금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교과부는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를 구분했으나 이 회계들 간 전입^전출을 금지(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 수입을 법인회계나 부속병원회계로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29조 제6항))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사학들이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회계에서 기금회계로 등록금을 전출하더라도 법^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상당수 대학이 ‘대학발전을 위한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여 왔기 때문에 회계가 구분된다고 해서 적립금 쌓던 일을 중단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교과부는 현행 적립금을 원금보존적립금과 임의적립금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교과부가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원금보존적립금은 ‘지정기부자의 요구에 따라 원금을 유지한 상태에서 원금에 따른 이자 등을 통해 장학금 등을 지급하는 기부금적립금’과 ‘대학 당국이 중장기적 목적으로 적립해 임의적으로 꺼내 쓸 수 없는 적립금’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의적립금은 대학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인출해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일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가 적립금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그간 적립금을 인출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교육여건 개선에 사용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빗발쳤던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그간 대학들은 적립금은 ‘장기적 목적으로 사용될 금액’이라며 사회적 요구를 일축해 왔다. 따라서 교과부가 적립금을 원금보존적립금과 임의적립금으로 구분하면 대학들은 적립금 인출 요구를 제도적인 보장 아래 외면할 수 있게 된다.

 

회계운용의 복잡성과 업무량만 증가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게 되면 나타날 또 다른 문제점은 회계 운용의 복잡성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사학 회계의 기본 목적은 ‘회계정보이용자’에게 대학의 활동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무재표는 정보이용자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 교비회계는 이미 교비회계 외에 학교기업회계, 산학협력단회계 등이 별도로 존재하며, 이들 회계는 비영리회계인 교비회계와 달리 기업회계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를 추가하면 별도 회계가 무려 5개에 이르게 되며,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평생교육원, 기숙사, 출판사 등의 회계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건물 신축 등과 같이 큰 규모 예산이 소요되어 등록금회계나 기금회계 등에서 예산이 동시에 지출되는 경우 교비합산 회계에서 중복계산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거래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회계 절차는 기존에 없던 제도로 사학 재정 운용자들의 업무량만 늘려줄 것이다.

 

별도로 등록금회계를 구분한 이유

 

등록금회계를 별도로 구분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교과부는 ‘등록금을 재원으로 적립된 현황은 실질적으로 파악하기에는 곤란’했다며, 별도의 등록금회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등록금이 얼마나 적립금으로 적립되는지는 현행 교비회계 체계에서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이를 이유로 등록금회계를 구분하기로 한 것은 다른 의도를 염두해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신들이 낸 등록금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고 확인시켜 주면서 등록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할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등록금을 인상해도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록금 운용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이보다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등록금이 너무 비싸니 이를 낮춰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러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엉뚱하게 등록금회계만 분리시키는 조치를 내놓았다.

 

등록금회계가 도입되어도 현재의 교비회계 운용 형태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등록금을 주로 법인 자산을 늘리는데 사용해 왔던 사학 운영자들의 기존 행태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학 운영자 요구 수용해 ‘감가상각’ 도입

 

교과부의 이번 조치 가운데 또 다른 문제는 사학 운영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유형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사학에 대한 감가상각 제도 도입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교과부가 도입하려는 감가상각 제도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감가상각은 대학에서 일 년 이상 사용하는 고장자산을 사용 기간 동안 원가를 비용으로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대학 시설 및 설비 등이 노후해 재투자에 필요한 예산을 법인세법이 규정한 사용기간으로 나누어 해마다 이를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하자는 것이다. 법인세법에 건물의 사용기간이 50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500억 원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면 해마다 10억 원씩 감가상각비로 적립하자는 것이다.

 

사학운영자들 ‘꿩 먹고 알 먹고’

 

그러나 교과부 방침대로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나설 수밖에 없다. 비영리기관인 사립대학은 건물 등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이 인정되지 않아 이미 건축적립금을 통해 노후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을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가결산 기준으로 전국 147개 사립대학이 보유한 교비회계 적립금은 모두 6조 1,588억 원이었는데, 건축기금이 45.8%로 가장 많았고, 특별한 명목이 없는 기타기금은 35.6%, 연구기금은 9.0%, 장학기금은 8.2%, 퇴직기금은 1.6% 순이었다. 건축적립금 규모는 2조 8,192억 원으로, 이 가운데 상위 30개 대학이 보유한 건축적립금은 2조 2,804억 원으로 전체 80.9%를 차지했다.

 

반면 건축적립금을 10억 원 미만 보유한 대학은 65교였고, 이 중 49교는 건축적립금을 한 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 방침대로 감가상각에 의한 건축적립이 허용될 경우 건축적립금을 적립하지 않았던 대학마저 ‘합법’이라는 명분으로 건축적립금을 마음 놓고 적립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적립금을 특별한 명목이 지정되지 않은 기타적립금 중심으로 모아 온 대학도 감가상각제도 도입으로 인해 별도의 건축적립금을 적립할 수 있어 이들 대학은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있다.

 

대학 ‘감가상각’의 근본 문제

 

앞서 언급했듯이 사립대 감가상각 제도 도입과 관련한 학술적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 사립대학을 바라보는 교과부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교과부가 주장하는 감가상각은 궁극적으로 ‘감가되는 비용은 해당 시설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의 법적 소유권은 학생들이 아닌 학교법인에 있는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이들 시설의 대부분은 대학 설립자인 학교법인이 아닌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신축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교과부 인식대로라면 학생들은 등록금으로 시설 신축과 사용 비용을 지불하고, 시설물에 대한 법적 관리 주체의 책임인 감가상각까지 떠맡아야 하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는 ‘시장논리’에 따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그나마 바람직한 ‘투자유가증권’ 운용의 투명성 확보

 

한편, 이번 교과부 조치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부분은 투자유가증권에 대해 모든 평가이익과 평가손실을 시가로 평가해 결산에 반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투자유가증권에 대해 대차대조표 작성기준일 현재 시가가 취득가액의 1/2 이하로 된 경우에만 시가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손실 보지 않은 대학은 대학구성원을 비롯한 외부에 공개할 의무가 없었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2007년 12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사립대학의 적립금 50%한도에서 증권거래법에 따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라 국내 주요 사립대학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으나 이들 대학의 손실 규모가 외부에 알려진 적이 없다. 이로 인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규모는 적지만 손실 비율이 높은 일부 대학만 언론에 공개되었다. 학생 등록금을 주축으로 운용되는 적립금 운용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토록 한 조치는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 될 수 있다.

 

‘적립금 상한제’나 ‘적립금 적립 최소 기준 설정’ 도입해야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적립금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내놓지 않은 채 ‘투명성 강화’라는 면피성 조치로 사학 운영자들의 요구만 전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등록금 인상과 적립금 증액이라는 결과만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투자유가증권 운용의 투명성을 추진한 것은 다시금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급등하고 있는 적립금 문제 해결을 바랐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들 조치보다는 적립금 적립 한도를 규정하는 ‘적립금 상한제’나 적립금 적립 조건을 교육 또는 재정 여건과 연동하는 ‘적립금 적립 최소 기준 설정 ’ 조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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