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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7.31 조회수 :542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학생들이 취업 후 일정 소득이 생겨야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은 그간 진보적 교육 및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의 학자금 대출로 인해 발생했던 학생 및 학부모의 상환 부담 문제나 신용유의자 문제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신선한 충격(?) VS ‘수익자부담논리’와 ‘신자유주의’ 강화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발표한 이 정책은 ‘수익자부담논리’와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이 정책을 “중산층이나 서민계층의 자녀들이 학자금 걱정 없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지 저소득층의 복지시책으로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기초수급자에 대한 450만원의 무상보조나 1~3분위 계층에 대한 무이자 대출 등은 없어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졸업생들은 경제적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똑같은 액수를 상환하게 되어 오히려 지금보다 소득 불평등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학자금 지원을 받는 대학생 개인이 현재 비록 저소득층 자녀라 해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고액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대학을 결정하고, 고소득 역시 학벌에 따라 극심하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적 위기 상황에 따른 고육책(?)
소득과 연계하는 이 정책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많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 정책을 발표한데는 위기에 몰린 이명박정부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고려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학자금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근본 목적은 경제적 형편에 따른 대학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형편이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제공된 무상장학금, 무이자ㆍ저리 학자금 지원금을 빼앗아 ‘서민’을 위한(?) ‘신종’ 학자금 대출 제도의 종자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서민’ 정책이라 불리는 것도 우습지만, 그만큼 다급해진 이명박정부의 상황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조삼모사 식의 정책이 나온 것은 예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그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9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4대강 사업 때문에 정부 예산 상당 부분이 삭감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천문학적인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혹시라도 일부에서 제기되듯이 기존에 대학에 지원되던 예산을 전환할 경우 심각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득 수준 파악도 문제다. 정부는 국세청의 조세징수시스템과 연계해 이를 파악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는 일정기간(예 : 15년) 이상 상환이 전무할 경우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 조사를 실시해 상환액을 재산정하고, 대졸 전업주부는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예시 내용은 15년 동안 정부가 대출자의 소득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아울러 대졸 전업주부들을 가계 소득 기준으로 하면 학자금 대출 여부가 결혼의 조건이 될 가능성까지 있다.
이 밖에도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적용대상, 회수주체 및 상환방식, 상환기준소득, 소득수준과 연계한 상환율 등 많은 논란이 일 수 있는 것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정부는 9월까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정책 추진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의 근본 문제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는 ‘상환 부담 완화’나 ‘신용유의자 문제’ 해소라는 나름의 긍정성을 갖고 있으나 근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수익자부담논리’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국가예산 투자를 통해 학자금 재원을 마련하면 국가교육재정 규모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결국 교육재정 부담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떠넘기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즉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가 도입돼 현상적인 교육재정 증액만 이루어진다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민간 교육비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정책은 또한 대학들의 무차별적인 등록금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당장 학생들의 등록금이 부담 없기 때문에 무한정 등록금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학생들의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져 등록금 인상을 추구하는 대학들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등록금의 일부를 무상 지원하며,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몫의 등록금에 대해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연계 제도 없이 오로지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만 도입하면서 대학 교육비 전액을 학생들에게 떠넘겨 이들 세대를 마이너스 세대, 잠재적 채무 세대로 만들 수도 있음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위험한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음이다.
정치적 목적 떠나 실질적인 방안 마련해야
정책이 가지는 세부적인 장단점 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생략된 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은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힘들고 성공하기도 힘들다. 대학 등록금 문제를 진정성 있게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복합적으로 고민되어져야 한다.
물론 조금 무리가 따르더라도 정부가 무상교육을 전면 추진하면 좋겠지만 이게 어렵다고 한다면 단계적인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먼저 정하고,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등록금 인상 억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대학들이 비합리적인 이유나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등록금을 과다 인상했을 시 그 사유를 대학평의원회와 교육부 등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 등록금 인상 억제와 동시에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선해 저소득층 무상 장학금(학비와 생활비 포함)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상 장학금 지원 대상 위의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하고, 상환시에는 소득연계 학자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나머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은 이자율을 최소화하고 거치 기간과 상환 시기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셋째, 무상 장학금 지원 대상자 및 소득과 연계한 등록금 후불제 대상자를 늘리면서 저리의 학자금 대출 대상자를 늘리되, 이 시기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은 나머지 대학 및 대학원생 모두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세 번째 과정을 점점 확대하여 대학 등록금 액수에 해당하는 모든 예산은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여 대학 무상 교육의 토대를 만들고, 이후 별도의 장학금 및 기숙사비 등을 지원하여 완전한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