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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1.07.28 조회수 :1,424
7월 1일 국회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정부가 7월 19일 이 법을 공포하면서 내년 7월 중순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독립 기관으로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 및 여건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고시 등에 관한 사항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관장한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2020년 11월 24일 '국가교육위원회,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모인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국가교육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10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면, 교육부는 그 방향에 맞게 구체적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취지는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초정권,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이 법안이 제정되면서 일부에서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안철수 후보 모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고, 유승민(미래교육위원회), 심상정(교육미래위원회)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집권했어도 국가교육위원회는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갖는 근본적 한계가 아닌 법 제정 시기와 위원 구성 등을 이유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우리 연구소는 2017년 대선 당시 후보 공약검토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 교육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지 않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급격하게 변동되는 사례가 반복되었고,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의 변동 유무와 상관없이 교육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폐지 또는 축소하거나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주장은 지금도 일부에서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의사결정은 제도뿐만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 의해서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사학 개혁 추진 목적으로 분쟁 사립대학의 임시이사 선임과 정상화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대법원장 5명, 대통령 3명, 국회 3명 추천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들어 사학 개혁을 추진했던 노무현정부 위원들이 교체되고 새로운 인사들로 위원이 선임되면서 부정·비리로 쫓겨났던 구재단 인사들을 대부분 복귀시킨 바 있다.
또한 교육 외 분야이긴 하지만 위원을 대통령과 국회 등이 지명 또는 추천하는 구조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독립적 국가기구로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정권에 따라 위원 선출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문재인정부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교육위원회도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육부차관, 교육감 협의체의 대표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교원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2명, 대교협이 추천하는 1명 및 전문대교협이 추천하는 1명, 시‧도지사협의체가 추천하는 1명 등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통령 지명 5명과 교육부차관을 포함하면 6명이고, 여당과 야당의 국회 의석 수가 비슷할 경우 국회 추천 9명 가운데 여당이 4~5명을 추천할 수 있어 여권 인사가 최소 10~11명으로 과반에 가깝다. 여기에 일부 위원들이 정권에 코드를 맞출 경우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어느 정부에서나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구성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위원 임기가 3년이기에 대통령 재직 기간 안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애초에 교육정책을 ‘초정권,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문재인정부만을 특정해 ‘교육정책 대못 박기’로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러한 한계 외에도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관련, 또다른 우려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라도 그 나라 실정과 정서 등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새로운 걱정거리만 키울 수 있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델이 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운영 중인 외국의 경우 국가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성숙된 상태이기에 별다른 갈등 없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학 부정·비리 해소 하나를 놓고서도 극심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위원 구성의 정치적 논란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으면서 운영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