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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11.17 조회수 :409
지난 주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관련 주요 정책 두 가지를 발표했다. 하나는 지난 3일 “생활공감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학자금지원 확대 계획이고, 또 다른 하나는 4일 교과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한 소득연계 학자금대출 제도 도입 방안이다.
학자금지원 확대 계획을 살펴보면,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던 기초생활수급자 무상장학금 지급 계획을 2009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전원(2만 5,300명)에게 지급(총 2,223억 원)하기로 했으며, 근로장학생 3만 명을 추가 선발(총 3만 6,500명)해 1인당 연간 300만 원(2008년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거치기간 동안 납부해야 하는 대출 이자는 소득 1~2분위 학생들은 기존대로 무이자, 3~5분위 4.65→3.8%, 6~7분위 6.65→6.30%로 낮춰주고, 군복무기간 이자 납입은 유예된다. 학자금대출 규모도 1,678억 원에서 2,078억 원으로 400억 원이 증액된다.
4일 교과부 주최로 열린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 제도(ICL) 도입 방안 공청회’는 지난 3월 교과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꾸리기로 한 정책팀에서 그 동안 연구해 온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이란 장래 특정 소득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대출받은 학자금 상환을 연기하는 제도이다.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에 경제난까지 겹쳐 서민의 등록금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학자금지원 대책은 필요한 조치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장학금 및 이자 지원은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소득연계 학자금대출 제도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아닌 정책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학자금대출을 소득과 연계시킨 것은 학자금 상환 부담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부 당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서민들은 “생활공감정책”이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 때문이다. 집값을 낮추기보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 부동산대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등록금을 낮추지 않고 학자금대출은 늘리는 것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 등록금조차 부담하기 벅찬 상황에서 대학들이 내년 등록금을 또 올린다는 보도가 있어 벌써부터 내년 등록금을 걱정하는 가정이 많다.
거의 모든 정치권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도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만 입을 다물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방치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국민들의 오해’로 끝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을 낮출 정책은 펴지 않고, 학자금대출에만 매달리는 것일까. 공청회 자료집을 보면, “고등교육의 수혜자 부담 원칙이라는 KICL(필자 주 : 한국형 소득연계 학자금대출)의 근본원리”에 따라 “수혜 학생 개인으로는 고등교육 수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가적으로는 재정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 밝히고 있다.
즉, 고등교육 비용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책임져야 하고, 정부는 비용 부담을 분산해 주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고등교육 비용을 많이 책임지는 나라는 없다. 이미 학생들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데 무엇을 더 책임지라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나라는 정부와 사학법인, 대학 당국의 무책임으로 지금의 등록금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전 세계 어디에도 고등교육이 의무교육인 나라는 없다”고 강변하면서 수익자 부담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영국과 호주는 정부에서 수업료의 75%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등록금 상한제도 같이 시행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데에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있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공청회를 준비한 정책팀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터임에도, 교묘한 논리 전개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쟁논리에 경도된 이들은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 제도를 대학평가(대교협이나 중앙일보 대학평가) 우수 대학, 충원율·취업률이 높은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거나 여학생이 전업주부가 되면 소득연계형 대출이 아닌 일반대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등록금이 인상되면 재학기간 4년 동안 납부해야 하는 등록금 총액은 2013년이면 5천만 원이 넘는다. 이를 방치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인 경제 위기로 서민들의 고통만 커질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실로 서민들과 “생활공감”을 이루고 싶다면 더 이상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책임을 논하지 말자.
전 세계는 지금의 경제난을 기회 삼아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사회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때다. 언제까지 수익자부담의 논리만 외칠 것인가. 당장 등록금을 동결하라. 그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