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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환불 논란, 사법 판단과 별개로 실질적 보상책 찾아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0.06.12 조회수 :370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세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등록금 책정 당시 약속받은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고, 대면 수업과 학생활동 등의 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차액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 감액 규정이 없어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학생도 있다. 


대학들은 반박한다. 미흡한 점이 있으나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해 노력했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임대료 감소 등으로 수입은 줄었지만, 인건비 지출은 그대로인데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 방역 등으로 추가 지출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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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등록금 반환소송 및 법안개정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학은 소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대다수 대학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또한 ‘등록금은 대학 자율’이라며 개입을 꺼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과 등록금 반환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현실까지 맞물려 종강을 코앞에 두고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생각지도 못했던 난제를 불러 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갈등 원인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근본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다.



대학 스스로의 발등 찍은 ‘수익자부담원칙’과 불투명한 운영


이번 갈등은 코로나19와 별개로 수익자부담원칙과 불투명한 대학 운영에 그 배경이 있다.


지난 70년간 우리나라 대학은 수익자부담원칙을 근거로 등록금을 징수했다. 수익자부담원칙은 교육을 서비스, 대학을 공급자, 학생을 수요자로 간주하고, 교육서비스의 효용을 얻는 학생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비용, 즉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지껏 대학이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이 논리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 손실을 근거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대학은 학생들에게 고액 등록금을 징수하면서도 질 낮은 교육을 제공하고,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해왔다. 학생들이 대학을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간 대학이 구체적인 산출근거가 포함된 예결산을 공시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에서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을 해왔다면 현재와 같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학 재정이 어렵다면서 매년 적립금을 쌓아온 것도 불신의 이유다.


등록금 환불 요구는 대학 당국 스스로의 주장과 행태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무책임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에 있다. 해방 이후,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겼다. 경제 성장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고등교육에도 전면화하며 공공성은 약화하고, 수익자부담원칙은 강화됐다.


그 결과가 85%에 달하는 사립대 비율과 고액 등록금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대학을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했음에도 2017~2018년 세계 4위다. 1위, 2위인 미국과 호주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의 국공립 비율이 각각 63%, 92%임을 감안하면, 3위인 일본과 함께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등교육을 책임지지 않았던 정부는 그동안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사립대학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하는지 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았다. 등록금 환불 논란에도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이유로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이다.


등록금 환불 논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불거졌으나, 그 기저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의 근본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빠른 해결책 마련이 어려운 이유다.



사법 판단은 계속 구하되,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 필요


일부 학생들이 추진하는 소송이나 헌법소원은 권리 침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구해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논란 종료 여부와 별개로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등록금 환불 판결이 없었고, 소송은 오랜 시간이 소요돼 당장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수원대 등록금 환불 소송 최종 판결 역시 ‘환불’이 아니라 학생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환불액’ 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별, 계열별, 학생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재정 상황과 온라인 수업 현황이 다르고, 강의 주제와 교원에 따라 학생의 평가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교내외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환불액을 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사법적 판단은 계속 구하되,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피해를 본 학생들이 시급히 도움받는 실질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임시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현시점까지의 가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대한의 범위에서 예산을 확보해 학생들의 피해 상황을 보상해야 한다.


추경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적립 지출 등 불필요한 지출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등록금을 적립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은 원칙적으로 적립 지출이 불가능하지만, 대학 자산 감가상각상당액에 한해 적립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또다시 적립을 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고보조금을 증액하고, 용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비상 상황 대처에 동참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투명성 확대해나가야


앞서 언급했듯, 이번 논란은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본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등록금 환불 요구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대학 재정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겨온 국가에서만 제기되고, 유럽 등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등록금 동결,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향후 대학 재정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법,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반환 관련 법, 제도적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 강화도 필요하다. 대학 스스로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결산 공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대학과 학생 간의 불신을 줄여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또한 대학의 회계 투명성 확대를 견인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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