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는 후원회원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순수 민간연구소입니다.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9.08.03 조회수 :719
8월 1일, 일명 ‘강사법’이 시행됐다. 강사도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으로 인정되고,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며,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학기 시작을 한 달 앞두고 강사 채용을 완료한 대학이 3곳 중 1곳에 불과하다. 이미 수강신청을 시작한 대학도 있는데, 강사 채용이 마무리 되지 않아 학생들은 강사 배정이 안 된 과목에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사 상당수가 수 년 간 강의를 해 오던 대학에서 해고되고, 겸임교원으로 신분이 변경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만 보면 강사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강사법은 2011년 첫 개정 이후 8년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을 만큼 강사와 대학 모두에게 외면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강사법은 시간강사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학 측 대표, 국회 추천 전문가, 교육부 등이 협의체를 꾸려 수차례 논의하고, 법 개정부터 운영 매뉴얼 마련까지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에게 외면 받아 온 강사법이 주체들 간의 논의를 통해 결실을 본 것이다. 따라서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 현장의 혼란을 막고, 법 시행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회, 교육부, 대학당국 모두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국회는 법을 개정해 놓고 시간강사 관련 예산 마련을 등한시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강사법 관련 예산을 550억 원 책정했으나, 최종 통과된 예산은 288억 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2일 국회가 해고된 강사를 지원하는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예산 280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확보했지만 충분치 않다.
교육부는 법 개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했지만 미흡했다. 예산 부족 탓인지, 교육부 스스로 방학기간 임금을 학기 전·후 각 1주씩 총 2주(연간 4주)로 규정해 ‘방중 임금’을 무색케 만들었다. 강사 해고를 막기 위해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내년 대학 혁신역량 사업 지표에 넣겠다고 발표한 것 외엔 대학을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이 안 보인다.
강사 채용 직접 당사자인 대학의 모습은 반노동적이고, 비교육적이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강사 해고 제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에서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을 핑계로 강사들을 대량해고 하고 있다. 2017년 사립대에서 시간강사들이 전체 강좌 중 20.8%를 담당했는데,1 시간강의료로 지출된 예산은 2%가 채 안 됐다. 그동안 시간강사들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로 고용해오다, 법 개정에 따라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하니 내치는 격이다.
결국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은 개설 강의 수가 줄어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강사 채용 마무리가 안 돼 강사 배정이 안 된 과목을 신청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교육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의 이런 모습은 강사 해고로 비용을 줄이고, 등록금 인상 여론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TF를 꾸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런 흐름은 보수언론 중심으로 ‘강사 해고’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 어려움’을 보도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언론은 그동안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왔음에도 최근에는 ‘강사법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 예산 부족과 수강신청 혼란 등 각종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부 예산 확대는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사법’을 도입한 궁극적 목적은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학문후속세대이기도 한 시간강사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대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있다. 대학 당국도 협의체에 참여해 ‘강사법’에 합의한 만큼 법 시행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 강사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국회와 교육부는 추경을 넘어 내년 교육 예산에서 시간강사 관련 부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강사 처우개선’ 예산을 3년 한시 지원으로 못 박았는데,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강사 해고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강사법이 대학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 4년제 대학 기준(※ 자료 : 교육부, 2017년 4월 대학정보공시 발표, 보도자료, 2017.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