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고려대 법인과 대학에 대한 교육부 회계부분감사 결과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 결과를 보면, 1억 8,000여만 원 상당의 순금 및 상품권을 구입해 교직원 235명에게 지급하고, 교비 1억 5천여만원으로 교원 27명에게 퇴직 기념품으로 1인당 순금 30돈을 지급했다. 또한 지급대상이 아닌 3개 보직자에게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등의 과목에서 보직수당 1,800여만 원을 지급하고, 교원 1명이 출퇴근 목적의 KTX 이용료 500만 원을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했다.

고려대, 교비로 순금·황금열쇠 구입,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결제

전임 비서실장 정년퇴임 선물로 교비에서 543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구매했고, 부속병원 소속 교직원들이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632만 원을 결제했다가 적발됐다.

고려대 법인과 대학이 감사에서 적발된 건수는 모두 22건이다.

감사 결과가 알려지자 고려대 총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진택 총장은 “통렬히 자성하며 엄숙하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하겠다고 약속했다.

총학생회도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Δ총장의 공개적 사과 Δ책임자 엄벌 Δ징계 절차 및 수위 공개 Δ내부에서 추진하는 혁신위원회 추진 결과 공개 Δ외부회계 감사 정례화 Δ교육부 종합감사 실시를 요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월 21일(목)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신뢰회복 추진단' 제5차 회의를 개최하여,  

한국체육대학교 종합감사 및 연세대학교 체육특기자 사전스카웃 및 금품수수 의혹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교육부 누리집)

사학 비리, ‘일부 대학의 문제’ 아니다.

그동안 사립대학 당국자나 보수 언론에서는 사학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일부 대학의 문제를 전체 대학 문제로 확대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이 주장 역시 빠지지 않았다.

고려대 감사 결과가 주는 충격은 그래서 더 크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사학 비리가 군소 규모 대학의 일탈일 뿐 서울지역 주요 대학에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대학 가운데는 대학 설립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 번도 안 받은 대학이 수두룩하다. 지난해까지 대학 설립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4년제 사립대학이 43.1%(66교)에 달하고, 전문대학은 43.0%(55교)에 이른다.(아래 <표> 참조)

교육부 종합감사는 사립대학 법인, 인사, 회계, 시설, 학사, 입시 등 전 분야를 감사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인력 한계로 모든 사립대학 감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004년부터 회계, 인사, 시설, 법인 등 중점분야 부분감사를 통해 종합감사를 대체했다.

이번에 고려대 교육부 감사도 종합감사 분야 중 회계 부분만 감사한 것이다. 감사 분야를 더 넓힐 경우 추가적인 비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대 사례에서 보듯이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비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감사를 받지 않아 내막을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사학 비리가 일부 대학의 문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교육부, 사학 개혁 중장기 대책 내놔야

결국 사립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학이 적용받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과거부터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던 일부 야당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 1년 임기가 남은 20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최근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교육부는 대국민 공모방식을 통해 시민감사관 15명을 위촉해 감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사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종합감사를 매년 평균 3개 대학을 실시해 왔지만 올해는 5개 대학으로 늘릴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연세대, 홍익대, 청주대 등에 실시한 적립금 조성·운용실태 감사 결과를 6월 말쯤 공개할 계획이고, 경희대와 원광대, 광주보건대는 국가연구개발사업비 집행 전반을 감사하기로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교육부 조치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사립대학 정보공개 확대 방안 등을 포함한 중장기적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