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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8.07.13 조회수 :766
서울대 제27대 총장후보로 선정된 강대희 교수가 성희롱 전력과 논문 표절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사퇴했다.
2011년 술자리에서 여기자에게 신체접촉을 요구하고, 2015년 룸살롱에서 여성종업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한 여교수가 강 후보자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의 증언까지 이어졌다. 이외에 강 후보자가 논문 6편에서 ‘자기표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총장의 자질도 자질이지만 총장선출 과정에서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서울대 총장 선출 과정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 등에 따르면, 서울대 총장선출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사회가 3명(내부 1명, 외부 2명)을, 평의원회가 27명(내부 19명, 외부 8명)을 추천해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꾸린다. 총추위 내에는 외부인사가 1/2이상 포함된 9명 이내로 총장후보초빙위원회를 두고, 총장예비후보자검증소위원회(이하 검증소위)를 둘 수 있다.
총추위는 서울대 동문‧교원‧직원의 추천을 받아 총장예비후보자를 5명 이내로 우선 선정하고, 총장후보초빙위원회의 추천 자가 있을 경우 1명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총추위는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필요한 인품과 학덕, 지도력, 행정능력에 명백한 문제가 있거나 결격사유가 있는 자는 총장후보대상자에서 제외해야 한다.
선정된 총장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검증소위가 1개월 이내에 검증 절차를 완료하면, ‘정책평가’를 실시한다. ‘정책평가’는 총추위의 정책평가와 교원(교원의 20% 이내), 직원(교원 정책평가단의 14%), 학생(학부생 및 대학원생 전체), 부설학교 교원(학교별 1명)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정책평가로 진행되며, 정책평가단과 총추위 평가결과를 7.5 대 2.5의 비율로 반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추위는 3명의 총장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 투표로 총장을 선출,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실한 후보자 검증과 원인
언뜻 보면, 서울대 총장 선출 방식이 간선제이기는 하지만 총추위와 검증소위가 있고, 선거에 교수, 직원, 학생 등이 참여하고 있어서 사전 검증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1년 성희롱 피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한 문서를 이사회에 전달했고,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도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이사회와 총추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서울대 총장선출과정에서 총장후보자를 검증하는 관문은 검증소위, 총추위, 법인이사회인데, 이 3개의 관문을 강 교수는 모두 ‘무사통과’한 셈이다. 연구진실성위원회도 강 교수 논문 6편에서 ‘자기표절’이 확인됐음에도 ‘비교적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본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하니, 이를 포함하면 총 4개의 관문을 여과 없이 통과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우선, 총장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는 이사회 책임이 가장 크다. 이사회는 총장 선출 업무를 담당하는 총추위원 3명 추천권을 갖고, 당연직 이사로 기획재정부차관과 교육부차관이 참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사회는 전달된 성희롱 피해자 관련 제보를 검증했고,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더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힘든 단계까지 조사한 후에 이사회가 투표에 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후보자 본인이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퇴했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검증이 부실했다는 이사회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서울대 관할청 책임자인 교육부차관 역시 별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음으로 총장 선출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예비 후보자 선정 및 검증, 3명의 후보자 선정시 25% 평가 결과 반영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추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추위는 이사회와 평의원회가 추천한 30명(내부 20명, 외부 10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교수가 21명(외부인사 3명)이나 됐다. 총추위원 27명 추천권을 가진 평의원회가 교•직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해와 최근 대학 구성원 모두가 총장선거에 참여해서 화제가 됐던 이화여대와 성신여대는 서울대 총추위와 같은 권한을 가진 선거관리위원에 교수, 직원, 학생, 동창 등이 참여한다. 선거 업무 시작부터 검증을 비롯한 선거과정 전반에 대학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셈이다. 이사회와 교수들이 주도하는 평의원회 추천 인사들로만 구성된 서울대 총추위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약에 서울대 총추위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했다면 각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 실명 제보가 아니어서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날 수 있었을까. 최근 서울대 교수 성추행 논란에 비춰 보더라도 학생들은 강력히 문제 제기했을 것이다.
결국 서울대 총추위는 소수 교수들 중심으로 구성되고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다양한 대학구성원들의 의견 제시와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봐야 한다.
대학구성원 총추위 참여 확대하고 직선제 도입해야
새 총장을 선출해야하는 과제를 앞두고 서울대 내에서는 새 총추위 구성과 이번 사태 연루자의 총장선출 참여배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인적구성의 교체만으로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대는 2012년 법인체제로 전환하면서 총추위를 통한 간선제 형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대학구성원의 일부만 참여하는 제한적인 총장선출방식인 간선제가 유지되려면 적어도 이사회와 총추위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 이사회는 2014년 법인화 이후 첫 총장을 선출할 당시 총추위가 2순위로 추천한 성낙인 후보를 총장후보로 선출하여 대학구성원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이번 총장선출에서는 이사회뿐만 아니라 총추위까지 대학구성원의 신뢰를 잃었다.
교수, 직원, 학생이 정책평가단으로 선거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총추위 판단 결과를 믿고 투표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부끄러움은 모든 대학구성원들 몫이 되었다.
서울대가 대학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새 총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일부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완전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총추위에 직원과 학생 등도 참여시켜야 한다. 현행 규정상 평의원회가 총추위 내부인사 19명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직원이나 학생 등을 참여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시간 제약상 새 총장 선거는 기존의 정책평가단 형식으로 투표하더라도 추후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이후에는 모든 교수, 직원, 학생 등에게 투표권을 개방해야 한다.
이사회도 대학 자치와 자율정신을 존중해 대학구성원들의 선거 결과, 1순위자를 총장으로 자동 선출하면 된다.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앞세웠던 것이 ‘대학 자율성 확보’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보여준 모습은 학문공동체로서의 자율성보다 대학본부와 일부 교수집단의 자율성만 강조한 것이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이번 사태가 법인화 7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