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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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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듣고 싶은 얘기 없었던 대통령과 대학총장 간담회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4.04 조회수 :439

교육과학기술부는 4월 4일 청와대에서 대학 총장 180여명과 기획재정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대통령 초청 대학총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특히 등록금 폭등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만큼 귀추가 주목된 자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가 등록금 폭등을 제어할 수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대학 자율만 확대해 학생과 학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이 원체 크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보완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가 좀 더 노력하면 등록금을 부담하기 힘든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나 (학자금) 대여 등에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대학들이 등록금을 얼마나 인상하든지 상관 않을테니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에 정부와 대학이 좀 더 노력해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매년 적게는 30만원에서 80만원까지 인상되는 가파른 등록금 인상을 그대로 둔다면 정부와 대학이 부담해야하는 장학금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더군다나 정부는 국립대을 준사립화하는「국립대학법인화법」을 6월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 이 법이 제정되면 대학 등록금 폭등 규모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국가장학금 지급만 얘기할 뿐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만약 이명박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 본격화되면 고액 등록금을 내는 대다수 학부모들은 세금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이중 부담 고통을 지게 된다.

 

결국 오늘 청와대 간담회는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의 이중고 속에서 ‘너무 비싸고, 많이 오르는 대학등록금이라도 좀 잡아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부와 대학당국이 얼마나 귀를 닫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자리에서 ‘대학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와 ‘대학지원 방식의 개선’ 방안을 밝혔다. 주요 내용은 △국립대학 조직운영 및 학사자율화 △대학연구소 교지 외 설치 및 대학 내 민간기업 유치 허용 △학·석사 통합 학위과정 허용 및 학칙보고제 폐지 △R&D 간접경비 지원 비율 확대 및 신규재정지원 사업부터 대학의 대응자금 완화·폐지 등이다.

 

우선 규제 개혁 전반적인 내용은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와 교육부 대학자율화위원회에서 등에서 추진 중이었거나 검토되었던 내용을 앞당겨 발표한 것이어서 일부를 제외하고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일부 내용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는 차원을 넘어 정부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국립대학 조직 운영 자율성을 확대한 것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국립대학 법인화 시행을 앞둔 사전 포석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특히 대학 내에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화되고 있는 대학 상업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이 크다. 이는 대학이 자본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재원 확충 방법으로 활용만 할 수 있다면 ‘실용’이란 이름으로 무슨 정책이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이명박정부 정책 기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밖에 R&D 간접경비 지원 비율 확대 및 신규재정지원 사업부터 대학의 대응자금 완화·폐지 방안은 긍정 평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과 소규모 연구비를 2012년까지 4배 이상 대폭 확대하는 방안은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원 확보 방안이 없어 총선을 앞둔 선심성 발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간담회는 국민이 듣고 싶은 등록금 고액 인상에 대한 대통령의 따끔한 질책이나 정부 차원의 규제 대책 없이 대통령과 총장간의 의례적인 만남에 따른 상투적인 정책 발표만 있었던 ‘실용’과는 거리 먼 비생산적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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