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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3.20 조회수 :394
교육과학기술부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이명박정부 첫 업무보고라는 점에서 나름의 기대가 있었지만 그 결과는 예상보다 실망스럽다. 전체 업무보고 내용 평가는 추후 분석을 통해 제시하기로 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오늘 발표된 내용 가운데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짜여진 사업을 마치 자신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양 생색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서 <`돈없어도 공부`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라고 크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7년 9월 21일 2008년 교육부예산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1만8,648명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29만원씩 지급하겠다며 8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대한 무이자 대출과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2% 이차보전 역시 07년 2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소득 2분위 이하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등록금, 생활비 등을 제공하고, 소득 5분위 대학생까지 등록금 무이자 융자’하기로 그 수준을 높였다. 그런데 업무보고에서는 ‘소득 2분위까지 무이자 대출을 실시하고, 소득 5분위까지는 2%이차 보전해 주겠다’고 밝혀 공약보다 후퇴했다. 따라서 이명박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것은 없을뿐더러 공약보다 후퇴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미래소득에 연계한 학자금 대출 제도 도입 추진 방침은 그나마 새로운 것인데, 이 조차도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제도는 졸업생이 취업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되, 취업 전까지는 정부가 이자만 부담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사회가 일정 소득이 안 되면 대출금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도록 요구해 온 ‘소득 연동형 등록금 후불제’와 전혀 다른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보면, 상환기관이 도래해 무조건 원금과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현행 학자금 대출 방식보다는 나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시행 시기와 재원 마련 방안, 취업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 정부가 이자를 부담하는 시기를 몇 년으로 할지, 정부 부담 이자율 계산은 어떻게 할 지 등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현상황에서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찌되었든 전임 정부에서 확정된 방침을 마치 새로운 내용인 양 ‘소득 수준에 따른 맞춤형 장학금 지원 확대’라고 포장하고, 미래 소득 연계 학자금 대출 제도처럼 구체화되지도 않은 정책을 발표부터 하고 나선 것은 총선을 의식한 전형적인 ‘한 건’ 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공부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으나, 오늘 업무보고에서는 등록금 고액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주재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점검회의’에서도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요금과 상수도 사용료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으나 물가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 등록금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로 인해 대학들은 마음껏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되었고, 폭등한 등록금에 대응해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원해야 하는 장학금 지급 부담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 장학금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울러 오늘 업무보고에서도 역대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였던 ‘교육재정 확보 규모와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다수 여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6% 경제 성장은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면서까지 부득불 달성하겠다고 우기는 정부가 왜 교육재정 확보 규모와 방안 밝히기를 꺼리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교육재정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없이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사로잡아야겠다는 정부 고민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진정성과 구체성이 떨어진 정책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했을 때 그로 인한 역풍은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