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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7.07.10 조회수 :707
지난 5일 문재인정부 첫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개혁의 핵심은 특권으로 불평등하고, 경쟁만능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불행한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고교 무상교육 실현, 서열화된 고교체제 해소, 대입제도 개혁 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신장하고 지역의 국립대학과 건실하고 유능한 사립대학이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7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그간 우리 교육정책의 기저에는 자율과 경쟁, 수요자 중심교육, 규제완화 등 시장주의 원리가 작동했다. 물론 사회적 불만이 누적된 입시,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등의 사안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기도 했으나 시장주의식 교육정책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은 ‘부분봉합’에 머물렀다.
경쟁위주 교육 패러다임 전환 선언한 김상곤 교육부장관
시장주의에 기반한 대학정책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대학은 해방 이후 미군정시절 미국식 시장방임주의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으며, 이후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거쳐 1995년 자율과 경쟁의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5.31교육개혁’의 시기를 맞이했다. 이후 ‘5.31교육개혁’의 기조와 내용은 집권세력의 성향의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되어왔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축소되고 자율과 경쟁의 논리만 신봉한 결과, 대학 교육비에 대한 정부부담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등교육의 사학의존도와 대학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교원확보, 수익용기본재산, 법정부담전입금 등 교육여건 및 교육재정의 법정기준을 상당수 대학이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대학 부정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주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포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 바로잡아야
다만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대학가 쟁점인 구조조정만 보더라도 정권은 교체됐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진행형이다. 2014년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은 현재 2주기에 접어들었다. 1주기(’13학년도~’18학년도) 5만 6천명을 감축한 것에 이어 지난 3월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 2023학년도까지 10만 5천명을 더 감축해야한다고 밝혔다.
자율과 경쟁 논리에 기반한 대학구조조정은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간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교육의 질 제고와 거리가 먼 소모적 경쟁을 야기했으며, 대학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대학 내 갈등을 초래했다. 따라서 대학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지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말한대로 서열화된 교육체제를 바꾸고, 지역 국립대학을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정원조정방안을 수립해야한다.
한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론된 소위 ‘부실대학’ 가운데 상당수 대학은 대학운영자의 방만한 대학운영을 방조한 대학자율화 정책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는 이들 대학이 양산된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이들 대학의 퇴출경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퇴출 위기에 놓일 만큼 대학을 부실하게 관리한 사학 운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사학개혁으로 부정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립대학이 공공적 관점에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립대학과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공영형 사립대학 도입 공약을 제시했으며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동일한 맥락에서 ‘건실하고 유능한 사립대학 지원 강화’ 입장을 밝혔다. 추후 공영형 사립대학의 도입방안이 제시되어야만 구체적인 검토가 가능하겠지만 공영형 사립대학을 일부 도입한다해도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 개혁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반값등록금을 완성하겠다는 대선공약도 이행해야한다. 그나마 2010년~2011년 당시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등록금 지원을 위한 정부예산은 다른 고등교육예산에 비해 크게 늘어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등록금정책은 ‘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한 채 ‘시혜적’ 관점의 장학금지원정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 외에 장기화된 국립대 총장공석 사태 해결과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 모색, 공정성과 객관성이 도마 위에 오른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개편도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해결해 나가야 할 대학개혁 과제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대학의 민주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대표적으로 학칙 개정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대학 학칙에는 과거 유신정권이 학생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한 학도호국단 학칙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부가 대학 학칙 개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헌적 요소의 규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첫 발 성공적으로 내딛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대학정책은 수 십 년간 자율과 경쟁논리가 지배해왔다.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고등교육은 보편화됐지만 고등교육의 공공성 실현과 정부의 책임성 강화를 우선에 둔 정책을 펼쳐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자율과 경쟁논리를 당연시하는 인식은 과거 정부의 정책입안자 혹은 일부 기득권세력 뿐만 아니라 대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 과거 정부의 정책추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수립부터 구체적인 집행방안까지 세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아무쪼록 새로운 대학정책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