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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6.06.08 조회수 :645
교육부는 7일 서남대 옛 재단이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요내용은 한려대를 자진폐교해 횡령금 330억 원을 보전하고, 남원캠퍼스 일부는 평생교육원으로 활용하며, 아산의 1캠퍼스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과대학은 폐과하고, 녹십자병원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약 460억 원)하여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들어 19대 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실적 압박을 받던 교육부는 직접 보도자료를 돌리며 적극 홍보에 나선 느낌이다. 그러나 서남대의 ‘정상화 방안’은 우려했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홍하 ‘왕국’ 건설과 범죄
우선 서남대는 서남학원이고, 한려대는 서호학원이다.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대학이다. 물론 둘 다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 체제이기는 하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도 서남대 옛 재단은 이들 대학 이사회를 제치고 한려대를 폐교하는 ‘정상화 방안’을 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설립자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7일 서남대 옛 재단이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이미지=서남대 누리집 갈무리)
이들 대학 설립자는 이홍하다. 이홍하는 광주에서 목욕탕을 운영해 번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5천만원을 마련해 1977년 ‘홍복학원’을 설립, 1979년 옥천여상을 시작으로 3개의 고등학교와 서남대(1991년), 광양보건대(1994년), 한려대(1995년), 광주예대(1997년), 신경대(2000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2011년)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홍하는 먼저 설립한 학교의 교비를 빼돌려 다른 학교를 세우는 방식으로 학교를 늘려갔다. 그리고 대학과 법인 요직에 동생, 부인, 조카, 측근 등을 임명했다. 이홍하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2013년 교과부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홍하는 서남대(330억원), 한려대(148억원), 광양보건대(403억원), 신경대(15억원) 등 4개 대학에서 총 897억원을 횡령했다. 대법원은 5월 31일 그에게 징역 9년을 확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남대 옛 재단이 ‘정상화 방안’을 냈다는 것은 이홍하가 여전히 옥중에서 대학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홍하 재산 보존해 주는 ‘정상화 방안’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교육부가 밝힌 ‘정상화 방안’을 보면, ‘한려대를 자진 폐교해 (이홍하의) 횡령금 330억 원을 보전’한다는 점이다. 왜 설립자가 횡령한 교비 330억원을 아무 관계도 없는 한려대 재산을 팔아 보전하나? 특히 이홍하가 대법원에서 9년 실형을 받은 데는 한려대에서 148억원을 횡령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한려대는 이홍하에게 148억원을 강탈당하고, 이 사람이 서남대에서 강탈한 330억원을 보존해주기 위해 대학을 폐교하고 재산을 팔아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이 서남대 옛 재단이 낸 ‘정상화 방안’은 교육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정상화 방안’대로 추진될 경우 이홍하는 ‘본인 재산’을 그대로 보존하게 된다. 더 나아가 9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후 5년만 지나면 사립학교법상 학교 복귀가 가능하다. 그 전이라도 가족과 측근들을 통해 임시이사에게 빼앗긴 대학운영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홍하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철웅 전 조선대 총장은 조선대 하나만 갖고 하다 망했지만 나는 여러 개로 분산해서 경영하기 때문에 망할 까닭이 없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이러한 방안이 정상적인 대학 ‘정상화 방안’이라 할 수 있는가.
서남대 사태는 이홍하와 교육부의 합작품
그리고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교육부는 1998년 광주예술대와 한려대에 폐쇄 계고 조치를 내리는 등 이홍하가 운영하는 대학들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신경대 설립을 허가해 줬고, 특히 대학구조조정을 한창 추진했던 이명박정부는 2011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 설립을 허가해 줬다. 그러나 교육부는 신경대 역시 서남대, 한려대 등과 함께 2013년 경영부실대학으로 판정했다.
결국 지금의 ‘이홍하 왕국’ 구축과 ‘부실 대학’으로의 전락은 교육부와 이홍하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책임지거나 사과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정상화방안은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하위등급에 있는 대학들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비리 관계자들에게 재산을 돌려주고 대학을 문 닫게 하는 ‘대학구조개혁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면 제2, 제3의 이홍하가 나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한려대처럼 법인을 해산하면 설립자인 이홍하는 합법적으로 출연금만큼 본인이 재산을 가져갈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법’ 도입되면 제2, 제3의 이홍하 나올 것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이 안돼서 서남대 같은 대학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교육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광주예술대와 한려대에 대학 폐쇄 계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대학들도 이 전례를 따르면 된다.
다만, 비리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비리 당사자들은 법대로 처벌하고, 그들이 대학에 끼친 손해는 그들의 재산을 환수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해산한 대학 재산은 비리 당사자들에게 돌려줄 것이 아니라 인근 국립대학으로 인수․합병하거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부정비리 당사자 처벌을 강화하고, 이들이 대학에 영구히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