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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6.06.03 조회수 :765
최근 대학가에 ‘프라임사업’과 ‘총장선출’ 문제가 큰 논란이다.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들은 물론이고, 인하대 등 탈락 대학들도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학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반발로 프라임사업 신청을 포기했다는 숭실대 또한 단과대학 통합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시위가 계속됐다. 프라임사업 선정대학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업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들은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을 읽고 쫓아가는 양상이다.
총장 선출 논란도 크다. 경북대는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21개월째 총장이 없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경북대 외에도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주교대 등 국립대 7곳이 총장 공석 상태다.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명제청을 연기하거나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인 동국대와 한신대 역시 총장 선출 관련 문제로 대학이 학생들을 고소했다가 취하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8일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제하고 있다.
(이미지=청와대 누리집)
대학을 산업수요에 맞춰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나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훼손에 따른 갈등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거나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의 직업교육기관화’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교육 정책이지 ‘교육’은 사라지고 ‘경제 계획’을 뒷받침하는 정책들만 남았다. 일례로,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2013년 8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더니 어느새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중점 사업이 됐다.
프라임사업은 한마디로 산업수요가 적은 인문․사회나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정원을 줄여 산업수요가 많은 공학 및 의약학 분야 정원을 확대하라는 사업이다. 대학의 역할을 그저 ‘산업수요’를 맞추는 ‘인력양성소’로 사고하는 발상이다. 하지만 ‘산업제도 안의 톱니바퀴’로 전락한 대학에서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끌어나갈 창조적 인재가 배출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 10년 뒤 ‘취업이 잘될’ 학과를 예측해 학사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더 큰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대학을 ‘특성화’ 하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획일화’ 된 학사개편을 강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뒤늦게 욱여넣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추진으로 대학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자율성’이란 정부의 가이드라인 속에 학사개편 및 정원조정을 추진할 집행권에 불과했고, 대학 내 민주적인 논의 과정은 생략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학의 민주주의와 자율성은 크게 후퇴했다. 정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총장직선제’를 추진하는 국립대학에 불이익을 주며 ‘항복’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법령을 개정해 ‘간선제’ 단일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위해 ‘간선제’로 선출된 총장 후보마저 임명 제청을 거부하며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은 없다.
이처럼 정부가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총장 임명 권한이 이사회에 있는 사립대학들이 대학구성원 참여를 허용할 리 없다.
‘프라임사업’과 ‘총장선출’ 논란은 결국 대학의 학문 자율성과 민주주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것이나, 대학의 수장인 총장 선출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행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구조개혁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 이 글은 고대대학원신문 213호(2016년 6월 2일 발행)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