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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6.02.29 조회수 :541
지난 2월 17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대학의 해외진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학 해외진출은 외국인 교육수요와 내국인 유학수요 흡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브랜드 제고도 가능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허용이며 다른 하나는 국내 대학 학위 수여를 위한 외국대학 이수학점의 인정범위 확대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모두 국내 대학의 질적 수준을 크게 위협하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학 교비 해외반출 금지, 빗장 풀리나?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은 「대학설립・운영규정」의 대학위치변경 인가범위를 ‘국내’에서 ‘국내 또는 국외’로 확대하여 해외캠퍼스 설치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전 컨설팅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인, 정부 등 관계자들과
수출 회복 및 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이미지=청와대 누리집)
현재 국내 대학의 ‘해외분교 설립’은 가능하며 이와 관련된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교육부는 2011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 대학이 해외에 분교를 낼 경우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과 관련하여 국내 대학 설립 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준수해야했던 것을 외국 현지 법령만 따르면 되도록 완화했다.
대학관계자들이 해외분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국내 대학의 교비를 해외분교 설립 및 운영에 쓸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으나 이는 허용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법」 제29조는 ‘교비회계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 또는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분교는 ‘국외분교 설립 심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근거하여 법적으로 독립된 현지 법인 형태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의 교비회계 수입의 전출은 불가능하다.
<표-1> 대학의 국외진출 유형에 대한 정의 | |
구분 |
정의 |
국외 시설 |
국내 대학의 학생 및 교원의 교육 및 연구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외에 취득 및 임차한 시설(교육원, 연구소 등) 국외시설을 통한 학위수여는 할 수 없으며 선택적으로 학점인정은 가능 재학생 및 예비입학생의 연수·실습, 학생·교수의 교육 및 연구지원, 기숙사, 국제교류프로그램 운영시설 등의 목적으로 사용 |
국외 캠퍼스 |
국내 대학의 일부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위치하고, 외국학생들에게 교과과정/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국내대학의 학위를 수여 국외캠퍼스는 국내대학의 교지 및 교사로 등록되며, 교육부의 위치변경인가를 받아야하고, 외국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제공되지만 학위는 반드시 국내대학의 학위가 수여 |
국외 분교 |
국내 학교법인이 현지 국가의 법률 규정에 따른 대학설립요건을 충족(현지 국가의 승인이 필요함)하고, 우리나라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현지국가에 설립하여 경영하는 대학으로서 현지국가의 학위를 수여 |
※ 자료 : 정영길, 국내대학 국외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 교육부, 2015, 7쪽 |
그러나 ‘해외캠퍼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정책연구를 의뢰해 작성한 ‘국내대학 국외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에 따르면, 해외캠퍼스란, 국내대학의 일부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위치하여 외국 학생들에게 교과과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국외진출 유형을 말하며, 해외캠퍼스는 국내대학의 교지 및 교사로 등록되고, 교육부의 위치변경인가를 받아야 하고, 외국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만 학위는 반드시 국내대학의 학위를 수여해야한다.(<표-1> 참조)
따라서 ‘해외캠퍼스’는 국내 대학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하여 대학의 위치변경 기준만 국외로 확대한다면 국내 대학의 교비전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해외캠퍼스’ 설치를 목적으로 교비전출이 허용될 경우 본교 교육여건 하락 등 본교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물론 ‘해외캠퍼스’를 통해 국내 대학 재학생의 어학연수 및 유학비용이 일부 절감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본교 학생들의 등록금이 해외 캠퍼스 토지・건물 구입, 외국인 학생 교육비 등에 투입되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방안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대학의 부정비리를 부추길 요소마저 있다는 것이다. 교비회계 수입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퇴출을 염두에 둔 대학들이 ‘자산 빼돌리기’로 악용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이다.
국내학위 수여 기준 완화, 국내 학위 가치만 떨어뜨릴 것
정부가 대학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또 다른 방안인 “국내 대학 학위 수여를 위한 외국대학 이수학점의 인정범위 확대 방안”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행 법과 제도가 국내대학 학위수여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졸업학점의 1/2이상을 이수해야 해 국내대학 프로그램의 해외수출과 국내1년+외국3년 교육과정 등의 경우 국내대학 학위수여가 불가능하고,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해외 진출시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대학 학위수여를 위해 외국대학 등 타대학에서 이수한 학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공동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 등 정보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복수 공동학위, 트위닝, 프랜차이즈, 아티큘레이션 등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예시를 들고 국내법(고등교육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들 방안이 시행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표-2> 참조)
<표-2> 교육과정 공동운영 형태 | |
구분 |
내용 |
복수 공동학위 (Double Joint Degree) |
두 대학이 각각 학위를 수여하거나(복수학위), 두 대학이 하나의 학위를 수여(공동학위) |
트위닝(Twinning) |
학생들이 두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하되, 학위는 하나의 대학에서만 수여 |
프랜차이즈(Franchise) |
한 대학이 다른 대학에 교과목 또는 프로그램의 사용을 허가하고 학위는 하나의 대학에서 수여 |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
여러 국가의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이 누적되어 학위를 수여 |
※ 자료:관계부처 합동, 투자활성화 대책- 새로운 서비스산업 ․ 농림어업 중심,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2016. 2. 27, 38쪽 |
정부가 이들 정책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는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다시 말해 국내 대학의 외국 진출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대학의 외국 진출을 돕기 위해 국내 대학 졸업학점 1/2 이상 이수 의무규정을 완화할 경우 유학생 유치 성과보다 도리어 국내 대학생들의 외국 진출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학에서 졸업학점의 1/2이상을 이수하지 않아도 되고, 취업도 잘 되지 않은 마당에 학생들이 비록 국내 학위를 받는다 하더라도 굳이 국내 대학에서 2년간 재학할 필요가 있겠는가. 해당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정부 예상과 달리 외국 대학생의 국내 진입보다 국내 대학생의 외국 진출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국내 대학에서 졸업학점의 절반 이상을 듣지 않아도 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은 국내대학 학위 가치를 정부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고, 학위장사를 부추기는 것이며, 국내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오히려 저하시키는 것이다.
또한 대학들이 학위과정을 공동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과 인적․물적 교류에 따른 비용 소요, 경우에 따라 외국대학에 프로그램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등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 학위과정 공동운영에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참여하게 될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국내대학의 해외진출은 국내대학의 질이 우수할 때 활성화될 수 있어
이번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국내대학 국외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는 ‘해외분교’의 경우 예외를 두어 비등록금회계를 활용해 국내대학 교비의 해외전출을 허용하고, 교육과정 공동운영의 형태도 우리나라 대학이 외국대학의 학위과정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외국대학 단독명의로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까지 제안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이러한 방안들이 점차 현실화된다면 국내대학은 교비 해외반출로 교육여건의 질은 떨어지고, 더 나아가 ‘외국대학 학위수여’를 위한 하청업체로까지 전락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소는 당시 선심성 유학생 유치 정책이라며 이를 비판하며, 정부가 유학생 유치 확대를 고민하기 전에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대교연 논평] 선심성 정책으로 유학생 유치하겠다는 교육부(150708) 참조>했다.
정부는 매년 국내 유학 수지가 수천만불씩 적자라며 외국 유학생 유치나 국내 대학의 해외진출을 통해 이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국내 학생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근본 이유는 정부의 투자 부족으로 인한 대학의 부실한 교육여건과 해외 학위에 대한 과도한 우대 정책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불러온 결과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지 않은 한 어떠한 정책도 정부가 예상한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