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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7.08 조회수 :730
교육부는 7일, ‘8만 5천명(2014년)의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202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의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2020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한 ‘스터디 코리아 2020프로젝트(study korea 2020 project)를 3년 연장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강화, 지방대 유학생 유치확대, 유학생 유치 지원 및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 추진 등이다. 세부 과제로는 유학생 특화과정 운영, 지방대 특성화 사업을 통한 유학생 유치, 기업에 외국인 구직자 추천 시 “유학생 형제‧ 자매 등 정보 제공”등의 유학생 취업지원시스템 구축 등이 담겨있다.
2008년 발표된 ‘2012년 10만 명 유치’ 목표도 달성 못했다
최근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하락세다. 2011년 9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13년 8만 6천명, 2014년 8만 5천명으로 외국인 유학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9년 내에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목표가 어떤 근거로 설정된 것인지, 현실성은 있는지 등의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7일, ‘8만 5천명(2014년)의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202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의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안)’을 발표했다.
(이미지=교육부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안)' 발표자료 갈무리)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2012년까지 10만 명 유치’ 목표도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2014년 수행한 정책연구보고서에서도 ‘스터디 코리아 2020 프로젝트는 길지 않는 기간 내에 달성할 수 없는 장기적인 계획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축된 정원은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워라?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2023년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유치계획을 발표한 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근혜정부는 2023년까지 대학정원 16만 명을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발표 내용은 줄어든 정원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최근 정원감축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이른바 ‘구조조정 보강방안’을 강조하면서 그 일환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강조해왔다. 이번 외국인 유학생 유치방안이 지방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최근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감소하면서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감소한 이유는 중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유학생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렇다면 지방대가 미국이나 유럽대학과 견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춰야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말인데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지방대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교육부가 분석한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보면, 전체 유학생의 57%가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 선택은 국내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벌어지고 그 가운데 지방대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한테 지방대로 오라고 하면 오겠는가?
억지스럽고 논란만 부를 선심성 정책
이렇다보니 교육부의 세부 정책은 억지스럽고 논란만 부르고 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 유학생으로만 구성된 학과나 학부개설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학문적 특성에 따라 구성해야 할 학과조직을 유학생에 맞춰 구성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대학들이 전 세계에서 모인 외국인 유학생을 학문적 특성도 없이 묶어 학과 또는 학부를 구성해서 ‘어학연수’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국내기업의 취업을 알선하고, 산관학 유학생 인턴십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 귀국 유학생의 단기연구까지 지원하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유학생 가족의 취업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일자리가 없어 국내 대학생의 취업난도 극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대졸자의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인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취업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과연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
선심성 유인책 전에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부터 늘려야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치밀한 계획과 전략 없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벤트성으로 추진되어서는 성과도 얻을 수 없을뿐더러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을 내놓아서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우리 대학 교육여건의 양적・질적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유학생 유치 확대를 고민하기 전에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대 유학생 유치 확대도 지방대를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원과 육성의 대상으로 접근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