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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12.03 조회수 :731
12월 3일,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가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에 관한 건의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의 참여비율을 현재보다 높인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 구성으로 대학구성원의 대표성 강화 △무작위추첨 방식 폐지, 심사 및 검증 기간 부여 등 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정상화 △기탁금․발전기금 등 불합리한 자격요건 폐지 및 총장 문호 대내외적 개방 △법령 개정을 통해 총장임용후보자를 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총장 선출 방식 단일 규정 등이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무작위추첨 방식 폐지, 심사 및 검증 기간 부여 등 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정상화, 재정연계 방식 다양화 및 합리화, 기탁금․발전기금 폐지 등 국립대학 자율성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지침 즉시 보완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에 대학구성원 참여를 확대 및 보장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 △총장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단일화하는 「교육공무원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12월 3일, 백승기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보완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보완 자문위원회 의견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지=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 동영상 갈무리)
핵심만 요약하면, 지금까지 법적 근거 없이 정부정책으로 관철시켰던 ‘국립대학 총장직선제 폐지’를 이제는 아예 법령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교육부가 다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모두 ‘좌편향’으로 규정하며 하나의 ‘국정교과서’로 단일화 한 것처럼, 국립대학 총장 방식도 단일한 방식으로 ‘국정화’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구성원의 참여 확대는 국립대학 총장선출 방식의 ‘국정화’를 관철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정권 ‘코드 맞추기’로 전락해 온 국립대 총장 임용
교육부도 설명하듯이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24조는 대학이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과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명박정부 시기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총장직선제 개선’을 내걸고, ‘교육역량강화사업’ 및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평가지표 등에 ‘총장직선제 개선’ 지표를 반영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관철시켰다.
그나마도 박근혜정부 들어 교육부는 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총장 후보들마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명 제청을 거부해 사상 초유의 국립대 총장 장기 공석 상태를 불러왔다. 총장 임용제청이 거부됐던 한국체육대는 전 새누리당 의원을 총장후보자로 추천하자 곧바로 임용됐다. 정부의 국립대 총장선출방식 ‘주무르기’가 결국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위한 수단이었음을 교육부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도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 선정 결과에서도 최근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부산대뿐만 아니라 경북대와 공주대, 진주교대, 전주교대 등 교육부의 총장임용제청 거부로 장기적인 총장 공백상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강원대, 경상대처럼 직선제를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학들은 모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그동안 이유 없이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법령에 보장된 총장 선출 방식을 ‘불허’해온 일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국립대학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대법원에서 교육부가 패소해 ‘1순위 자한테 그런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 그렇게 판결이 나면 통지를 해주고 ‘재추천 하십시오’ 이렇게 할 것”이라는 어이없는 답변만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런 교육부가 ‘간선제로의 단일화’가 총장임용제도를 ‘대학 자율성 및 구성원 참여가 확대된 대학구성원참여제’로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하니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지금까지 6차례 회의를 하면서도 ‘비공개’로 운영하고, 국립대 인사(6명)는 전체 위원(1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자문위원회’의 건의사항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총장임용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서울대나 포항공대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는 이사회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2순위로 올린 후보자를 최종 후보자로 선출하면서 교수협의회가 1987년 이후 27년만에 비상총회를 추진하는 등 내홍이 깊었다. 포항공대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선임하는 법인 이사 4인과 전임교원 5인으로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어 학생, 직원 등 대학구성원들은 총장 선출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 더구나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총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돼 이사회에서 총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할 경우 그대로 연임된다.
‘직선제 vs 간선제’ 문제 아닌, ‘정부 주도의 획일화 vs 대학구성원의 자율 선택’ 문제
교육부가 총장임용제도 개선 구도를 대학 자율성 및 구성원의 참여가 확대된 ‘대학구성원참여 간선제’와 교원들만의 ‘제한적 직선제’의 대결로 몰아가는 의도는 명확하다.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죽음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립대학의 민주화 흐름을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법령 개정 없이도 관철시켰던 ‘총장직선제 폐지’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니, 대결 구도를 바꿔 여론의 우위를 점하고 중장기적으로 법령을 개정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교수들만의 직선제가 많은 폐해를 발생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부 주장대로 이번 총장임용제도 개선 추진이 교수들만의 ‘제한적 직선제’의 폐해를 배제하고, ‘국립대학의 자율성과 대학구성원의 참여가 보장․확대된 보다 발전된 제도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해법은 달리 나와야 했다.
「교육공무원법」 상 총장임용방식을 ‘추천위원회에서의 선정’으로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 선택권을 주되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제한돼 있는 규정을 ‘해당 대학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개정할 일이다. 이 때 자문위원회의 건의대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을 통해 대학구성원의 추천위원회 참여 비율을 현재보다 높이고, 특정구성원의 참여 상한 비율을 마련하면서, ‘해당 대학의 합의 방식과 절차’에 있어서도 동일한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무작위추첨을 통한 추천위원회 구성은 교육부도 인정하듯이 정부주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폐해인 만큼 교육부가 지침 형식으로 행해온 ‘간섭’을 중단할 문제이지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총장후보의 심사 및 검증 기간이 부족했던 문제나 기탁금․발전기금 등 불합리한 후보자 자격 요건 문제 또한 교육부가 대학과의 협의를 거쳐 충분히 개선 가능한 일이다.
요컨대 교육부 방안의 핵심은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를 ‘대학구성원이 폭넓게 참여하는 개방형 간선제’로 전환할 것이냐, ‘문제 많은, 교수들만의 제한된 직선제’를 계속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대학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총장 선출 방식을 정부가 정하는 단일 방식으로 획일화 할 것이냐 대학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냐의 문제다.
민주적인 방식에 의거한 자율적인 총장 선출 보장해야
우리나라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런데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면서 국립대학 의사결정 및 집행의 최고 정점에 있는 총장 선출 방식을 정부가 정하는 ‘단일한’ 방식으로 법령에 규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식이라면 박정희정권이 4․19혁명 이후 확대된 국립대학들의 민주적 총장 선출 움직임을 봉쇄하고, 문교부(현 교육부) 내에 설치된 문교재건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문교부장관(현 교육부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방식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직선제냐 간선제냐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이 됐던 그것은 대학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폐해가 많다고 직접 선거는 안 된다는 논리라면 대통령도 직접 선거로 뽑을 이유가 없다.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대학의 민주화․자율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던진 지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국립대와는 조금 다른 문제이지만, 교육부 발표가 있던 12월 3일,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은 종단의 총장선출과정 개입에 항의, ‘민주적인 총장 선출’을 요구하며 50일째 단식을 이어가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교육부는 이들의 외침에 ‘총장 선출 방식의 국정화’로 답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