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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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격다짐 ‘경제발전’ 논리에 종속된 대학교육 정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10.28 조회수 :639

교육부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시안)을 마련하고, 1021일과 27일 잇달아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2016년부터 추진되는 사업으로, 크게 보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으로 나뉜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프라임사업’)’은 산업인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공하는 산업별·직업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학과·계열별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하 코어사업’)’ 역시 인문학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인문학 육성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은 성인학습자의 계속 교육을 대학체제로 개편해 대학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상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교육을 현장 중심으로 개혁창조경제를 뒷받침할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정해주는 대로 추진될 학사구조 개편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이 불러올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라임 사업은 대학당 평균 50~15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이 지원되는 사업으로,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사업보다 대학당 지원액이 커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경쟁에 따른 갈등과 혼란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사업 중 대형사업은 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또는 200명 이상의 정원이동이 참여조건이며, 소형사업은 입학정원 5%(최소 50명 이상) 또는 100명 이상의 정원이동이 참여조건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참여조건 이상의 정원이동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봤을 때 대학마다 대규모 학사구조 개편 및 정원 조정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졸취업난과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떠밀려 기초학문 관련 학과가 폐과되거나 통합되고 있지만, 프라임사업은 규모면에서 과거의 수준을 뛰어넘는 학과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이러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학과별 전망까지 세분화해 대학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과별 전망의 신뢰성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대학으로서는 폐과 및 축소 대상학과를 교육부로부터 지정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의 학문 자율성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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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시안)을 마련하고, 

10월 21일과 27일 잇달아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미지=교육부 페이스북 갈무리)


인력 미스매치문제로 전도된 청년실업 해결방안 

 

프라임 사업의 배경이 되는 산업계 수요와 대학공급간 미스매치는 현 정부가 대졸취업난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수요와의 미스매치는 대졸취업난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고등교육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공학계열 취업률은 201064.7%, 201169.3%, 201269%, 201368.6%, 201466.9%2011년 이후 하향세다. 공학계열 취업률이 인문계열 취업률에 비해 높긴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지금까지 대학들은 기초학문 학과를 줄여 취업률을 올리려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인문과학 분야나 자연계열의 수학물리천문지리 등 기초학문 분야의 입학정원은 2003년 대비 2013년 각각 9.8%, 43.3% 감소했다. 반면 경영경제 분야나 공학계열의 정밀에너지 분야, 의약계열의 치료보건 및 간호학과 입학정원은 동일 기간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이미 이러한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청년실업문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은 학문분야별 미스매치가 대졸취업난의 핵심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두고 대학의 공급과 산업수요의 미스매치를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문학도 산업수요에 맞춰 변형해야 지원?

 

한편, 교육부는 기초학문 말살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이번 사업에 인문학 육성을 목표로 한 코어사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코어사업은 당초 교육부가 1,200억원을 요구했으나, 결국 344억원으로 대폭 축소 편성됐다.

 

물론 코어사업이 교육부 계획대로 예산이 책정됐다 해도 인문학 육성에 별반 보탬이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제시한 코어사업 유형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심화, 기초교양대학으로 인문학을 산업수요에 끼워 맞춰 변형시키거나 교양교육 정도 수준으로 발전계획을 제시할 경우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말이 인문학 육성이지 경제성 있는 인문학적 상상력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치부하며,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인문학만을 육성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계획에 포함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또한 부족한 입학정원을 성인학습자로 채우라는 대학 달래기식 사업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연구소가 사업의 부적절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대교연 논평] - 교육 질 낮은 '학위장사' 우려 큰 평생교육단과대학)

 

계획도 집행도 졸속적인 사업 추진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2016년 정부 예산()에 총 2,706억원의 예산이 반영된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이다. 2016년 증액된 고등교육예산이 모두 이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2달여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12월)한 후 2~3개월 만에 평가·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들은 지난해 시작된 대학 특성화 사업(이하 CK사업)’에 따라 이미 2017학년도까지 입학정원 감축계획을 제출하고, 특성화 분야를 선정,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또다시 졸속적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 조정 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렇다보니 CK사업 추진 실적을 포함해 프라임 사업에 선정, 지원받을 경우 기존의 CK사업 지원액은 반납해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나온다. 대학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입전형 사전예고제도 무력화

 

특히 프라임 사업은 대학 입학정원의 최소 5~10% 이상을 모집단위 간 이동하는 것을 사업 참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교육부 예시대로라면 캠퍼스 간, 대학 간 정원 조정도 가능한데, 정원 조정 인정 시기가 ’15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16~’17학년도 입학정원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강화된 대입전형 사전예고제에 따르면 2016학년도 입학정원은 물론 2017학년도 입학정원도 2015430일까지는 조정이 완료됐어야 하며, 대학이 이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상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만큼 프라임 사업 추진은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입전형 사전공시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을 교육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학정책이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전락해선 안돼

 

이번 사업이 이처럼 많은 문제를 예고하는 것은 사업 자체가 뒤늦게 욱여넣기 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38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사업과 같은 구상은 없었다. 그런데 201412월 대통령 주재 하에 개최된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사업 얘기가 시작됐다. 이후 교육부는 이 사업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만들어 몇 개월 만에 사업 계획을 작성, 추진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학의 틀을 바꾸는 사업을 교육부가 주도하지 않고,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대학이 산업수요에 맞춰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엉터리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국가와 대학이 4년 후 취업 잘될 학과를 예측해 정원을 조정한다는 것도 어이없는 발상이다.

 

정부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이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한번 생채기를 내놓은 대학은 그것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 책임을 누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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