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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상업시설 세금 논란, 생협으로 풀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10.12 조회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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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이화여대가 서울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에 부과한 재산세 약 4억 원을 취소하라"며 낸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 ‘대학 내 상업시설에 무조건 교육면세 혜택 줄 수 없다

 

언론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화여대는 지난 2008년 완공된 ECC'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다가 지하 4층 일부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하고 외부에 임대했다. ECC 지하 4층에는 현재 커피전문점, 은행, 이동통신 대리점, 편의점, 영화관,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대문구청은 "이화여대가 ECC'교육연구시설'로 등록해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20102014년 부동산·부속 토지 재산세로 4억여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대 측은 "외부업체들은 모두 학생을 위한 후생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임대사업'이 아닌 면세 대상인 '교육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냈던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대학이 '학생복지'를 명분으로 대학교육 목적 달성에 별 상관도 없는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학내로 들여와 임대장사를 하면서 면세혜택까지 누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화여대가 항소를 예고해 상급심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수년 전부터 상업시설 유치에 열을 올렸던 많은 대학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 많은 대학 임대 사업

 

우리 연구소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각종 세제 혜택 등의 간접 지원이라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법원과 이화여대의 세금 관련 논란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대학이 시설을 직영하거나 생활협동조합(생협) 등이 운영하면 재산세 관련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도 이미 생협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시설을 외부업체에 임대하면서 교육시설이라고 말하며 면세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학 당국은 대학 내 상업시설에서 벌어들인 임대 수입은 학생들의 교육비로 환원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당국자도 학내 편의시설의 임대 수입은 교비회계로 들어가 학생 복지비 등으로 재투자되고 있다이에 대해 과세를 한다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의 가격이 상승하고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현상적 측면에서만 보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 시설에 임대료를 내고 입주한 업자들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각종 상품의 판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시설의 주요 이용자가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학생들 이용료를 통해 임대료 수익을 내고, 이를 학생들의 교육비(또는 학생 복지비)로 다시 환원하게 된다. 이익금의 일부는 임대업자들이 외부로 챙겨갈 수 있다. 학생들은 비싼 학비에 이어 비싼 이용료까지 이중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학이 직영하거나 생협 등을 통해 운영할 경우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수익금은 대학에 들어가 교육비(또는 학생 복지비) 등으로 사용되거나 생협의 수익으로 잡혀 상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또다른 공동체 사업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운영하면 비록 상업시설이라도 세무당국이 학생 후생복지시설로 판단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다만, 대학 생협이 비영리공익법인이기는 하나 고유목적사업이 아닌 수익사업을 할 경우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은 부담해야 한다.)

 

돈 벌이 수단된 대학 임대사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왜 이런 형식의 임대 사업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학들이 대학 고유의 정신이나 문화 활성화 등에 대한 생각보다 후생복지시설을 수익사업으로 생각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학들이 후생복지시설을 직영하거나 생협 등을 설치할 경우 대학의 행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고, 발생하는 이익은 외부업체에 임대를 줬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화려한 건물과 입주업체 간판 등이 외부에는 대학발전으로 보이고,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면서 장학금 지급 실적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학이 최대한 수익을 내야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과 현실 때문에 대학은 자본화와 상업화의 최첨단을 달리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되었다.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비판적 지성과 공동체 문화를 기를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황금만능주의를 당연시하고, ‘개인주의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을 강요한 현실이 낳은 결과이다.

 

더욱이 일부 대학에서는 오랜 기간 운영되어 오던 생협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문을 닫아버렸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학에 설치된 생협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이 갑을 관계를 형성해 협력과 지원보다는 생협에 사용료 징수와 시설 반환, 상업적 시각에 의한 평가 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 운영으로 대학 상업화 문제 풀어야

 

연구소는 법원과 이화여대의 갈등을 비롯한 대학의 상업화 시설은 생협 설치와 활성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본다. 생협 운영은 비록 대학 당국에 안겨주는 직접적인 이익은 줄어들지 몰라도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구성원들에게 유무형의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운영 주체로 직접 참여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직거래 경험 등을 통한 연대사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예비사회인으로서 소양도 쌓을 수 있다. 생협은 또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조합원과 대학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기에 질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도 저렴하게 할 수 있으며, 이익금 역시 대학 구성원들에게 환원된다. 이익을 남기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문제도 나타나겠지만, 대학의 협력과 지원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대학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들이 먼저 발상의 전환을 해야할 때다. 이익을 조금 적게 남기더라도 대학이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놔 줘야 한다. 대학이 더 이상 물질만능과 무한 경쟁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설사 사회가 그렇더라도 대학이 언제까지나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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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에 설치 운영 중인 생협은 30여개 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지 =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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