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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9.18 조회수 :556
교육부가 지난 10일 ‘2016년 교육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국회는 2010년 1월 등록금인상률 상한제 및 등록금심의위원회 도입과 관련한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정부는 전체 국가재정 중 고등교육 지원 비율 확대를 위한 10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반영하여 2년마다 고등교육 지원계획을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교육부 김관복 기조실장이 9월 10일 '2016년 교육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정부 정책브리핑 동영상 http://www.korea.kr 갈무리)
GDP 1% 고등교육재정 확대는 대통령 공약사항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0년 11월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안)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 기준 최소 15.8조(고등교육 연평균 증가율 6.8% 적용시)에서 최대 16.9조 원(GDP 1%)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GDP 대비 0.7%에서 1%(OECD 평균 수준)로 대폭 확대”한다고 약속했다.
<표-1> 학생 1인당 공교육비(2011) | ||||
(단위 : 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PPP)환산액, %) | ||||
구 분 |
전체 |
고등교육 | ||
학생1인당 공교육비 |
국민1인당 GDP 대비 학생1인당 공교육비 비율 |
학생1인당 공교육비 |
국민1인당 GDP 대비 학생1인당 공교육비 비율 | |
한국 |
8,382 |
29 |
9,927 |
34 |
OECD 평균 |
9,487 |
27 |
13,958 |
41 |
주1)2011년도 한국 PPP 환율은 $1당 854.59원이며, 1인당 GDP는 US$ 29,035임 주2)학생 1인당 공교육비=(경상비+자본비/학생 수) / PPP 주3) 국민 1인당 GDP 대비 학생1인당 공교육비 비율=(학생 1인당 공교육비/국민 1인당 GDP)*100 ※자료 : 교육부, ‘2013년 OECD교육지표 조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3.6.25. | ||||
OECD교육지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9,927달러로 OECD 평균인 1만3,958달러보다 크게 낮으며, 국민 1인당 GDP대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비율도 34%로 OECD 평균인 41%보다 한참 낮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표-1> 참조) |
또한 2011년 기준, GDP 대비 우리나라 고등교육단계에 대한 정부 부담률은 0.7%에 불과해 OECD 고등교육단계 평균 정부 부담률 1.1%에 크게 모자란다. 반면 민간 부담률은 1.9%로 OECD 평균인 0.5%의 4배에 가깝다. 이는 고등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내는 등록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다.(<표-2> 참조)
<표-2> 교육단계별 GDP대비 공교육비 구성(2011) | ||||||
(단위 : %) | ||||||
구 분 |
전체 |
고등교육 | ||||
계 |
정부부담 |
민간부담 |
계 |
정부부담 |
민간부담 | |
한 국 |
7.6 |
4.9 |
2.8 |
2.6 |
0.7 |
1.9 |
OECD 평균 |
6.1 |
5.3 |
0.9 |
1.6 |
1.1 |
0.5 |
주1)2011년도 GDP는 1,235,160,500백만 원임 주2) GDP 대비 공교육비 산출식=(정부부담 금액+민간부담 금액)/GDP*100 주3)'전체 교육단계'는 '유치원‧초중등 및 고등교육단계'와 '교육행정기관'의 교육비 포함 ∙정부부담={(정부에서 교육기관에 직접 지출한 총액+학생/가계 지원금+민간이전금)/GDP}*100 ∙민간부담={(민간부담금(등록금등)+기타민간교육부담금(학교법인등)-정부의민간이전금)/GDP}*100 ※자료 : 교육부, ‘2013년 OECD교육지표 조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3.6.25. |
박근혜 대통령이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GDP 대비 0.7%에서 1%로 대폭 확대해서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한 것도 <표-2>의 정부 부담률을 1%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미였다.
2016년 교육부 예산안 GDP 1% 언급 전혀 없어
그런데 10일 발표된 교육부 예산을 보면, 박근혜정부가 고등교육 예산 관련 공약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교육부가 누리집에 공개한 ‘보도자료’와 ‘설명자료’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부는 기자 질의에 “GDP 추계가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대략 0.9% 초・중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2017년까지 1% 목표가 이행되도록 재정 당국과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2016년 고등교육예산은 9조2,322억 원이다. 기획재정부 발표 자료를 통해 GDP를 추산하면 1600조 원 가량 되는데, GDP 대비 교육부의 내년 예산은 0.58%에 불과해, 타부처 예산을 포함하더라도 GDP 1%에는 한참 멀다. 어떻게 0.9%에 이른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교육부가 밝힌 고등교육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도 문제가 많다. 2016년 예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예산으로 2,362억 원(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 300억 원 포함)을 신규로 편성한 점이다.
2016년 증액된 고등교육예산 2,499억 원 가운데 2,362억 원이 프라임사업 예산
교육부는 올 초 대통령 업무부고에서 2016년부터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추진해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7월 27일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또 8월 12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 후속조치로 「교육부문 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하며, "대학이 사회수요에 맞게 학과개편·정원조정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PRIME 사업과 국가 기반이 되는 인문학 진흥방안을 ’15년 9월 확정·발표"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내세운 4대 개혁과제가 교육・노동・금융・공공개혁이고, 교육부가 고등교육 핵심 과제로 제시한 이상 PRIME 사업은 부처가 아닌 정권 차원의 사업으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이 결국은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 및 자연,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공학, 의약계열의 정원을 늘리라”는 의미이고,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기초학문은 더욱 고사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수요 중심으로 대학을 재구조화하려는 PRIME 사업 신설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대교연 보도자료] - 1999년 이후 대학 정원 증가분의 1/3 경영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증액된 전체 고등교육예산 2,499억 원에 맞먹는 2,362억 원의 예산을 프라임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사구조 개편, 정원조정 유도를 위해 평균 50~200억 원(최대 300억 원) 수준으로 지원하여 모범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앞으로 학문은 팽개친 채 오로지 취업률 높이기에만 집중하면서 취업학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은 고사되고, 취업과 관련한 온갖 학과들이 신설될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인문학 진흥을 위해 대학 인문역량강화사업(CORE)을 신설하고 344억 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PRIME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형식상 끼워 넣은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반값등록금 완성’됐다며 동결된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2016년 예산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증액된 예산은 국가장학금 예산이다. 그러나 2015년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발표하면서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2015년 3조3,917억 원에서 변동이 없으나, 다자녀 국가장학금 예산은 수혜 대상을 1~2학년에서 1~3학년으로 확대하면서 2,083억 원에서 2600억 원으로 517억 원이 증액됐다. 또한 근로장학금도 2,095억 원에서 2,506억 원으로 411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국가장학금 수혜 학생이 전체 대학생 절반에도 못 미치고, 경제적 곤란에도 불구하고 성적 조건 때문에 학기당 15만명이 탈락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480만원 전액(100%)을 지급했다는 소득 2분위 학생이 받은 국가장학금은 2015년 실제 사립대 등록금 액수와 비교해 65%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생의 80% 이상이 재학하고 있는 대다수 사립대생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어려움은 2015년 6월 말 현재 학자금 누적 대출자가 150만명이고, 대출금도 9조5,623억 원에 이르고 있는 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완성했다’는 이유로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예산을 더 이상 증액하지 않는 것은 박근혜정부 국가장학금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립대학 시강강사 처우개선비도 삭감
한편, 2016년 예산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국립대학 예산이 감소되었다는 점이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립대학 운영지원비는 2조3,442억 원으로 2015년 2조3,574억 원보다 132억 원이 삭감되었다.
그런데 실제 예산이 삭감되었다기 보다 2016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국립대학재정회계법에 따라 그 동안 정부회계로 세입되던 수업료와 입시 및 논문심사비, 국유재산 활용 관련 예산 등이 모두 대학회계로 편입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주요 사업비만 공개해서 정확한 액수는 산출되지 않지만 실제 국립대학 예산 조정 폭은 교육부 발표 규모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립대학 관련 예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국립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지원비’가 2015년 1,111억 원에서 1,090억 원으로 21억 원이 삭감되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열악한 여건에 처해 있는 국립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시간 강사 강의료 단가 인상 등 재정적 지원”을 했다고 밝히면서도 전체 시간강사 처우개선 지원비가 삭감되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 가장 앞선 개혁과제 돼야
박근혜정부 임기가 절반을 넘어섰다. 그 동안 수많은 대선 공약을 파기해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2016년 교육 예산 증감 현황을 보면, 2017년까지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 공약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4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6년 고등교육예산 증액분과 맞먹는 2,362억 원을 ‘PRIME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대신 다른 부분 예산들은 대부분 큰 변동이 없거나 동결 내지 삭감되었다. 그런데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는 교육개혁 과제에는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내세우면 집권 이후 우선적으로 이행할 개혁 과제라고 인식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공약은 이행을 하지 않고, 대학을 취업학원화 만드는 일을 핵심 개혁 과제로 삼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개혁 과제를 즉각 중단하고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