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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2.25 조회수 :429
2월 25일 이명박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도 하기 전에 청와대 비서관과 국무위원 내정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벌써 1명이 스스로 물러났고, 향후 청문회 등을 통해 추가 낙마할 인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교육부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사도 각종 의혹 속에 다른 인사로 교체됐다. ‘인사가 만사’라 했듯이 어떠한 인사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이명박정부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정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내정자들 대다수가 시장주의에 기반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사회 최대의 과제인 민족문제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육분야의 경우, 청와대 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미국식 시장주의를 추구하는 인사들이 내정됨으로써 대학은 지금보다 더 신자유주의에 경도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를 맡았던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내정자가 과거 주장했던 주요 내용들을 보면, 대학 설립 및 정원 자율화 확대, 대학 M&A활성화, 적극적 대외개방, 대학 설.폐와 정원정책 규제 철폐 및 완화, 영리법인 허용, 국립대학 법인화, 등록금 책정 자율화, 기부금 입학 도입 등이다. 근래 심각한 문제로 나서고 있는 대학 등록금 고율 인상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교육부장관 내정자도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공계 위기 해결 방안으로 본고사를 도입하고,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며, 특목고인 과학고를 3배로 늘려야 한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사회 전반의 경쟁 기피 문화를 쇄신해 교수 간 경쟁을 촉진하고 학생 사회에서도 건전한 경쟁이 일어나도록 무차별 장학금을 폐지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인식에 따라 서울대 공대 학장 재직시 학장 선출제도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고, 공대 영어몰입수업, 학생 우열반 편성 추진 등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더욱이 교육부장관 내정자는 공학 분야 연구에만 몰두해 온 학자 출신으로 과학기술부는 몰라도 교육부가 담당했던 교육정책 전반에 적합한 인사인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부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실에서 생산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과거 정치인과 학자로서 가졌던 생각이나 발언들이 큰 책임이 뒤따르는 관료로 임명된 다음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공약과 인수위원회 발표 등을 보면 강력한 시장주의 정책이 집행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만들었던 인사들이 참여해 수립한 김영삼정부의 5.31교육개혁안 이후, 10년 이상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위기에 몰려 있다. 학문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정부 차원의 투자 부재로 대학 교육비 규모는 OECD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극소수 대학 중심의 정책을 펴 대학 서열화는 더 심해졌고, 수도권 및 지방의 군소규모 대학 그리고 전문대학은 생존권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86%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부정.비리는 여전하다. 지난 6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우리나라 대학의 근본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 위에 열거한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극심한 반발과 더불어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현실진단과 신중한 정책 생산 및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