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공공기관 용역계약하려면 학력 밝혀라?

대다수 공공기관 용역계약 입찰 시 참여인력 학력기재 요구

인쇄물, 다이어리 제작, 청사관리에도 학력기재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학력차별 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 것을 강조”한 바 있음.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적 기대와 공감대를 모으기에 충분했음.

□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학력 철폐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소속 기관들이 각종 사업 용역 입찰 서류에 ‘출신 대학 및 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여부’, ‘최종 학력’ 등의 학력 기재를 요구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음.

□ 해당 기관 누리집에 따르면,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공동청사 종합관리 도급 용역 업체 선정 입찰' 서류의 “참여기술자(용역원) 총괄표”에 학위 및 자격사항 명기 란을 두었으며, “참여기술자 이력사항”에는 학교․전공․학위를 명기하도록 했음.

□ 동북아역사재단 역시 '독도교육체험관 홈페이지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구축 용역'과 '독도교육체험관 전시 도록 제작' 용역 입찰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New CI 개발 용역 입찰'에 각각 참여인력 학력 기재를 요구하고 있음. 청사 관리와 홈페이지 및 도록 제작, CI개발 용역 등에 참여인력들의 학력 기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음.

<공공기관 용역 공고 학력기재 사업 사례>

□ 더 심각한 문제는 각종 용역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학력 기재 요구가 교육부 소속기관뿐만 아니라 대다수 부처 소속 기관들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임.

□ 연구소가 정부의 모든 공공기관 입찰정보가 공고되는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 조달)의 용역입찰 서류를 샘플링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건강심사보험평가원은 기획․홍보 용역사업 입찰관련 서식에 참여인력의 학교, 학과를 기재하도록 하였으며, 도로교통공단의 경우 발간물 제작사업 입찰 서류에 전담제작진의 최종학력을 기재토록 했음.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 조달) 누리집 화면 갈무리

□ 심지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4년 다이어리 제작 사업 입찰 서류에 참여인력 이력사항 중 대학과 전공을 기재하도록 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국장학재단 ‘국가장학금 홍보’ 광고·홍보 대행사 선정 사업 등 대다수 공공기관들의 용역사업에 학력기재를 요하고 있음.

□ 물론 용역사업에 따라 전문적인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있을 순 있지만 이는 용역사업을 신청하려는 사업체의 자격기준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며, 학력기재 요구는 오히려 투명한 업체 선정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음.

□ 이와 관련,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용역 입찰 관련 서식에는 학력 기재사항이 전혀 없음.

□ 또한 연구소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용역사업 등의 계약 및 관리를 담당하는 조달청에 문의한 결과 ‘조달청에서는 입찰서류에 학력 기재를 명시하도록 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공공기관이 입찰 서류 등의 학력기재를 관행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공공기관 용역사업 계약 학력차별 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도록 개선되어야

□ 공공기관은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학력차별 폐지의 모범이 되어야 함. 따라서 용역사업 입찰계약 등에 학력차별을 불러올 수 있는 불필요한 절차는 폐지하는 등 용역사업 입찰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