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 될 수 없어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6.04 조회수 :435

5월 31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도권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대학의 교육력 향상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고등교육 정책의 중심축을 "입학관리에서 졸업관리로, 투입관리에서 성과관리로,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구체 내용은 △교수학습지원센터(CTL) 활성화, 우수 강의 및 논문 시상, 스타교수 강의 내용 인터넷 공개 등을 통한 `대학 수업역량 및 학습력 제고` △사립대학 적립금 제2금융권(유가증권 등) 투자 허용, 대학내 유휴부지에 타인소유 건축물 설치 허용, 학교기업 금지업종 대폭 완화 등 `대학 규제완화를 통한 재정확충` △기업의 졸업생 만족도 및 졸업생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 박사 학위논문 공개, 대학 특성화 전략 반영 평가방식 채택 등을 통한 `성과중심 경쟁체제 구축` 등이다.

 

200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만 해도 교육부는 대학교육의 혁신목표로 `2010년까지 15개 내외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제시해왔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대학지원 사업 역시 이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BK21사업이었다. 2007년 주요 업무계획에서도 `입학관리에서 졸업관리`로 `투입관리에서 교육의 과정·성과관리`로 정책의 중심축을 이동하겠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여전히 `세계수준의 고등교육 수월성 확보`를 위해 "교수 및 대학원생 연구지원을 통한 연구역량 신장"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던 교육부가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고등교육 정책의 중심축을 옮기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대학의 수업역량 및 학습력 제고에도 관심을 갖겠다니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일관성 없는 교육부 정책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학 연구역량 신장`을 중시하며 각종 정책을 계획했던 교육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없이 대학이 "연구실적 중심의 교수업적평가로 잘 가르치는 것보다는 연구에 치중"하게 되었다며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학의 수업역량 및 학습력 제고에 투입하겠는 690억원 가운데 120억원은 △기업의 졸업생 만족도, 졸업생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 △대학생 능력진단평가 △산업체 요구를 감안한 교육과정 개발에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대학의 평가와 교육과정 개발 기능을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게 되면 대학은 기업의 입맛에 맞는 교육 경쟁력만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정책의 중심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과정개발 및 평가기준을 `학문연구중심에서 기업교육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 교육력 향상를 위한 재정확충 방안은 오히려 `대학 교육력`을 훼손, 변질시킬 우려가 크다. 우선, 교육부가 주식투자를 허용하겠다는 5조 7천억원의 사립대학 적립금은 `교비회계 적립금`이다. 교육부는 교비회계가 등록금뿐만 아니라 전입금, 국고지원, 기부금, 자산 및 부채수입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등록금 주식투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입금이나 국고지원은 그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매년 정해진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적립금으로 적립될 수 없는 재원이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인출한 돈으로 또는 빚까지 내가며 적립금을 적립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등록금과 교비수입의 4.2% 수준(교육부 제시 자료)에 불과한 기부금 정도가 적립금 재원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 적립금으로도 주식투자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은 결국 학생등록금으로 돈벌이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교비운영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조치다.

 

대학 유휴부지에 타인소유 건물 설치를 허용하여 교육목적과 수익성 조화를 이루겠다는 것도 그렇다. 이미 대학 민자유치 도입 정책으로 교육 및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에 있어서는 교지 내 외부인의 건축물 소유가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효원문화회관`이라는 명칭으로 복합쇼핑몰과 다름없는 건물을 실시설계 중이며, 서강대 또한 신축 `국제 인문관 및 개교 50주년 기념관`에 대형 할인점인 홈플러스 입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가. 대학의 교육력을 향상하겠다며 제출된 재정확충 방안이 오히려 대학의 무분별한 상업화를 초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기업의 설립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금지업종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은 더욱 가관이다. 학교기업의 당초 설립취지는 돈벌이가 아닌 학생들의 실습기회 확대를 통한 현장교육 강화에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기업회계는 교비회계에 계상되고 있으며, 교비회계 수입의 10%까지를 학교기업의 설치·운영비로 지출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편의점 등의 업종까지 학교기업으로 운영하도록 해 무슨 "현장적합성 있는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이전"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사립대학 법인이 해야 하는 수익사업 의무부담을 교비 차원의 학교기업으로 면하게 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방안은 정권말기에 정책 실패와 국가교육재정 미확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졸속적인 궁여지책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가교육재정 확보계획은 뒤로 미룬 채 대학의 기업화를 통해 대학 재정확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서는 절대 대학의 교육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수업역량과 학습력 제고를 위한 긍정적인 방안들도 기업요구 중심의 교육에 치우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대학의 기본적인 교육 기능까지 위협하는 교비 적립금의 주식 투자 허용과 학교기업 금지업종 해소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대학 내 무분별한 수익성 건물 확대 문제도 민자유치 정책을 평가하면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참여정부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더불어 기업 요구로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대학 본연의 교육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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