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KAIST 사례를 통해 본 국립대학의 미래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4.09 조회수 :738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지난 3월 26일 대학발전 5개년 계획(2007~2011년)을 발표하면서 학교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천억원 정도를 은행에서 차입하기로 했다.

 

KAIST는 또 교수 인원을 현 421명에서 700명, 학부 학생수를 700명에서 1천명으로 늘리고, 학교 내에 병원도 만들 계획이며, 중·장기적으로 인근 행정도시 땅 5만평에 의료 관련 특별대학원이나 암센터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인 학비를 올해 3월 신입생이 2학년이 되는 내년부터는 학점이 3.0이상인 경우만 수업료를 전액 면제하고, 2.0~3.0인 학생들에겐 수업료의 ½ 을, 2.0이하인 경우 최고 1,500만원의 수업료를 받기로 했다.

 

과학기술부는 3월 28일 KAIST 이사회에서 1,000억원 차입 계획안을 승인하되, 담보 능력 범위 내에서 매년 소요액을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올해 소요액 120억원을 승인해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지난 1971년 2월 대학원과정(KAIST)이 설립되고 1984년 12월 학부과정이 설립된 KAIST는 이번 발전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떤 때가 엊그제다. 그런데 이공계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KAIST가 정부로부터 투자 확대를 받지 못해 독자 생존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충격적이다. 게다가 학부정원을 늘리고, 1,500만원의 수업료를 징수하며, 병원과 대학원 및 암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KAIST가 더 이상 이공계 소수 정예를 육성하는 특수 국립대학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KAIST의 이번 발전 계획이 교육부 산하의 국립대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KAIST가 발표한 계획이 현재 정부가 국립대학에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내용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수법인화 추진, 수익사업 등을 통한 독자적 재정 확보 능력 제고, 등록금 인상 자율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부산대는 특수법인화를 염두 해 둔 듯 시설 확충과 중장기 재정 확보 방안의 일환으로 국립대 최초로 민간투자방식(BTO)을 도입해 영화관,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2,400평 부지에 지하4층 지상7층 규모의 ‘복합쇼핑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남대 또한 오는 2020년까지 국내 5위, 세계 100위 대학 진입을 목표로 4억7천여만원을 들여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전남대는 1997년 2억원을 들여 LG경제연구원의 컨설팅을 받아 `전남대학교 대학 진단 및 21세기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학 발전 목표가 2006년~2010년에 전국 대학 순위 5위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목표를 10년이상 연장시키면서 5억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지불해 다시 컨설팅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특수법인화법이 제정된다면,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들은 앞다퉈 KAIST 발전 계획 내용을 차용할 것이고, 전남대를 컨설팅할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미 이러한 방향의 대학 발전 모델을 제시한 바 있어 큰 틀에서 전남대 발전 과제를 KAIST와 비슷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 추진된다면 교육부가 요구하는 국립대 구조조정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립대학이 KAIST 계획대로 현행 사립대 의학계열보다 높은 1,50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징수하면 사립대학들도 덩달아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립과 사립대 구성원 모두가 KAIST 발전계획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8일 교육방송(EBS) 특강을 통해 "3불 정책을 방어 못하면 진짜 우리 교육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2005년 1월 “대학은 산업”이라고 강조했던 점과 비교하면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불 정책은 불공정한 대학 입시 제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은 국립대학마저 민영화시켜 돈 없는 사람은 대학 진학 자체를 못하게 만들고 있다. 3불 정책을 고수해도 대학 입시 여부가 부모 수입 규모에 따라 차별 받는 ‘불공정’이 이미 현실화 한 것이다. 3불 정책 고수 못지않게 무차별적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중등학교와 구별하여 대학을 ‘산업화’하려는 대통령의 생각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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