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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12.11 조회수 :396
개정 사립학교법이 누더기가 될 판이다.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 거부하며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시국회 첫날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던 한나라당은 12일 교육위에서 대학평의원회에 국한된 개방형이사 추천권을 종단, 동창회, 학부모회로 확대하고, 임시이사 파견주체를 교육부에서 법원으로 변경할 것과 대학평의원회의 자문기구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유치원의 경우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당해 유치원장을 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으면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그 배우자도 학교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며, 대학의 경우 사립학교장의 임기는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해 중임을 허용한다는 중임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결국 새해 예산안은 연내에 처리하기로 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여야는 조만간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 추천권 확대로 법인측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투명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었던 개방형 이사제 도입취지 자체를 희석화시키겠다는 심산이다. 관선이사 파견을 교육부가 아닌 법원에 맡기자는 것도 정권교체시마다 정치적 색깔이 바뀌는 행정부보다는 보수적 색채가 짙은 사법부에 맡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미 수정에 수정을 거쳐 원안에서 한참 후퇴하여 통과된 사립학교법마저 집요하게 또다시 뒤흔들고 있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이들에게 차기정권을 내주면 과연 이 땅에 개혁이 발붙일 수는 있을까 우려스럽다.
그러나 국민과 교육구성원들을 더욱 분노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도했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모습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지난 5월 사립학교법 재개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지난 1일 앞서 언급한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명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판결하기 이전에 위헌요소를 스스로 없애고자 한 것으로, 이사장의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을 불허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연좌제 금지에 어긋날뿐더러 자칫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경륜을 지닌 설립자 2세들이 사학운영에서 배제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은 브리핑을 통해 ‘사학측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끝에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해하기 어렵다.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 불허는 81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명시된 바 있다. 당시 위헌에 따른 우려나 논란은 일절 없었다. 오히려 90년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사립학교법이 개악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결국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 불허조항의 철회는 다시 90년 사립학교법 개악시절로 회귀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능한 설립자 2세의 입장을 고려한 것 또한 부정·비리를 양산해 온 사학 족벌체제의 근절이라는 개정 사립학교법 취지에 비추어보면 궁색하기 그지없다. 사학측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끝에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하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과 논의를 했다는 것은 타협의 적정선을 조율했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개혁의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임을 모를리 없는 열린우리당이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한나라당과 정치적 타협을 하기 위함이다. 열린우리당이 로스쿨법안 통과 및 국회정상화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맞바꾸려 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자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거대야당과 타협하지 않고서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호소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 보자. 국민들이 개혁적 의지를 상실한 채 타협하는 국정운영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어렵더라도 정책적 호소를 통해 개혁의 성과를 지키려는 국정운영을 지지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싼 정치적 야합을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