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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3.27 조회수 :432
<대학소식100호 발행특집> 참여정부 교육정책 3년 평가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국정 최대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떠나 뒤늦게나마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나섰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양극화 해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별개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참여정부의 각종 정책이다. 여기에는 대학 정책도 포함된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학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시장 논리에 기반한 각종 정책을 추진했다. 2003년 4월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 로드맵`, `소득 2만불 시대 도약을 위한 대학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2004년에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대학 구조개혁 방안` 그리고 2005년에는 `특성화를 위한 대학혁신 방안` `고등교육 평가체제 개선방안`, `국립대학 운영체제 다양화·자율화 방안`,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정책은 참여정부의 독자적 정책이라기보다는 김영삼정부 ‘5·31교육개혁안’과 김대중정부 ‘교육발전5개년계획’ 및 ‘제1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참여정부의 대학 정책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학간 양극화만 조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학벌주의 타파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지방대학 육성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5년간 대학 교육의 질 큰 진전 없어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할 때 기초가 되는 전국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재학생 기준)는 01년 32.8명에서 05년 32.2명으로 고작 0.6명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경우 01년 21.9명에서 05년 20.8명으로 1.1명 준 것에 그쳤으며, 고려대 역시 01년 35.3명에서 05년 33.5명 1.8명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세대는 01년 25.3명에서 05년 26.2명으로 오히려 0.9명이 늘어났다.
여기에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약속 받고 집중 지원하는 특정분야의 통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학생 1인당 교원 현황은 거의 변동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더불어 대학 교육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또다른 통계인 교육비 환원률 역시 지난 5년간 특별히 나아진 게 없다. 전국 사립대학의 최근 5년간 교육비환원율을 분석한 결과, 01년 112.7%에서 04년 121.2%로 8.5% 증가한 것에 그쳤다. 이는 교육비환원율과 별개로 교육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정부 당국이나 사학 법인들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등록금 인상에 의해 증가했다는 것으로 대학의 공공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간 재정 양극화 심화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가천의과대, 고려대, 중앙대 등이 인천 송도 신도시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캠퍼스 통합이나, 분교 운영 등으로 규모가 매우 큰 대학이다.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비용까지 들여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지방 군소 규모 단위 대학의 경우 신입생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 재정 압박과 더불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경쟁 논리에 따른 특정대학 중심의 육성을 표방해 온 정부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BK21사업을 토대로 한 연구중심대학 육성, 법학·의학·경영학 전문대학원 지정, 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차등지원 등과 같은 정책이 그것이다.
특히 참여정부는 지방대학을 육성한다며 지방대학혁신역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재정 지원은 그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전국 사립대학의 2002년 대비 2004년 학생 1인당 국고보조금 증감 추이를 분석하면, 수도권 2만명 이상 대학은 8만9천원이 증가한 반면, 지방의 1만5천명 미만 대학은 7만3천원이 감소하였다. 이는 참여정부가 대학의 기본 여건을 개선하는데 지원하던 국고 일반지원사업비를 아예 없애고, 전액 평가를 통한 차등지원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가난하면 대학 입학 불가능
2005년도 일부대학 의학계열 등록금이 1천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연간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5분위로 나눈 전국 가구당 연평균 소득 가운데 1분위와 2분위의 연간 소득은 각각 952만원과 2천137만원에 불과했다. 1분위에 속한 가구의 경우 연간 소득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도 자식을 의학계열에 보낼 수 없고, 2분위 역시 연간 소득의 절반을 떼야 자식을 의학계열에 보낼 수 있다. 전체 가구의 40%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득 수준 양극화와 더불어 물가인상률의 2-3배 이상의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을 참여정부조차 자율이란 미명하에 방치한 것도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학, 의학, 경영전문대학원 등이 도입될 경우 재학기간 학비가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극소수 가정의 자녀들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은 입학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립대학을 특수법인화 하고, 이들 대학이 부족한 재원을 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충당할 것이 분명해 가난한 가정의 학생은 국립대학에 입학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대학생 절반 이상 사교육 받아
지난 22일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대학생 1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고, 연평균 188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고 있는 사교육으로는 영어회화, 토익·토플·텝스 등의 학원수강 등 영어 관련 교육이 많았으며, 자격증 취득, 컴퓨터관련 교육, 국가고시 및 각종 시험대비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체 취업 조건이 강화된 것도 있지만,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몇 년 전부터 도입한 졸업 인증제가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영어와 컴퓨터 관련 능력을 졸업 조건으로 요구해 학생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것도 대학생 사교육비를 늘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려면 대학별 자체 입학시험말고도 전문대학원 입시의 수능시험이라 할 MEET(의학교육입문검사)와 DEET(치의학교육입문검사) 시험 점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관련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다.
졸업을 해도 취업을 하는 게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해도 취업을 위한 또다른 비용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내 학문간 서열화 확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는 올해 인문대 2학년생 전공 배정에서 학생의 80%가 영문·중문·국문학에 몰렸고, 독문과 5명, 불문·언어학과에는 3명씩 지원했지만 노문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세대는 인문계열 학과 중 정원을 채운 곳은 영문·중문·심리·사학 등 4개뿐이었고 국문·독문·불문·노문·철학·문헌정보학 등 6개 전공은 18~24명까지 정원에 못미쳤다.
성균관대 자연과학부는 생명과학과의 경쟁률이 1.4대1이었으며, 화학과는 1.1대1을 기록했다. 반면, 물리학과와 수학과는 각각 정원의 절반에 그치며 미달됐다. 고려대도 화학과에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다른 전공의 지원율은 매우 저조했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경우는 학부제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난 동일계열 학문 가운데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한 것이며, 성균관대와 고려대의 경우는 전문대학원 입시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면서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학부제 정책을 90년대 후반 교육관료들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교육관료들이 학부과정의 입시학원화를 우려하며 대학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전문대학원 정책에 대해 숙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본 대안 마련해야
교육관련 제 단체들의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모르쇠로 일관하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밀어붙였던 참여정부에 올바른 대학개혁을 해 달라는 요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이상 양극화를 확대하는 대학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해 줄 것을 희망한다.
또한 정부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자금 융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정부가 융자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학자금 융자로 인해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 진출시 최대 4천만원까지 부채를 안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더욱이 청년 실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융자를 받은 학생들이 취업을 못할 경우 상환이 불가능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자금 융자를 통한 대학생의 학비 부족 문제 해결보다는 정부차원의 교육재정 확충과 대학생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