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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3.06 조회수 :494
개강과 함께 학생들의 등록금인상 반대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학교별로 등록금동결 서명운동과 등록금납부거부운동 등이 전개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러한 흐름을 모아 대학간 공동연대투쟁까지 전개하겠다고 한다. 등록금인상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1천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등록금이 고액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학생들의 반발을 격화시키는 도화선은 투명성·민주성이 결여된 등록금 책정 과정이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학교당국이 등록금 책정 과정을 최대한 투명화하여 학생·학부모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이 정석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세대의 경우, 등록금 12% 인상을 발표한 이후 단 한번도 학생·학부모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등록금 인상 이유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결국 학생·학부모가 대학 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충남대는 기성회에서 통과하지도 않은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여 학생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으며, 동덕여대는 학교 측이 총학생회 자체를 불인정한 채 등록금 인상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많은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대학의 학생·학부모는 등록금을 인상해야하는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 인상 근거를 밝히는 대학들도 있으나 대부분 지출의 증액 요인만 밝혀 이를 등록금으로 모두 충당해야 한다는 것인지, 등록금 이외에 더 확보할 수 있는 수입은 없는지, 다른 지출 항목에서 줄일 여지는 없는지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예산 및 회계에 대해 학생·학부모들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말도 안되는 등록금 인상 근거를 제시한 경우도 있다. 법인이 반드시 부담해야할 법정부담전입금을 버젓이 등록금인상 근거로 제시하는가 하면,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해야한다는 대학도 있고, ‘여자대학이기 때문에 지출비용이 많다’는 해괴한 논리로 등록금인상 이유를 대신하는 대학도 있다.
한편, 등록금 논의과정에서 학교당국의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4조 3항에 따르면, ‘이사장 및 학교의 장은 전년도 추정결산 등의 합리적 자료를 기초로 하여 예산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대다수 대학들은 전년도 추정결산(가결산)을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실제 예산은 뻥튀기된 추경예산에 기반하여 작성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마치 ‘흥정’ 하듯이 각기 다른 등록금 인상율을 적용한 예산서 3~4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여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등록금인상에 따른 학생·학부모와 학교당국간의 소모적인 대립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국가 및 학교운영자의 재정적 지원확대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등록금 책정 과정의 투명화·민주화로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등록금책정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학생·학부모들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학교당국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격화된 투쟁을 부추기는 일이라 하겠다. 지금이라도 학교당국은 학생·학부모들에게 재정운영실태와 예산편성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들을 대화의 주체로 인정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