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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9.05 조회수 :511
지난 29일, 교육부는 17개 원격대학(일명 사이버 대학)을 대상으로 2개월 간에 걸쳐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브로커들이 개입한 학위장사, 교비 횡령·유용, 법정 기준 미이행 등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서울디지털대의 경우 부총장의 교비 35억원 횡령, 이사회 승인없이 학생등록금 12억원 담보 제공, 30억원의 불법적 어음 발행 등이 밝혀졌다. 한성디지털대는 수업료 1억3,423만원을 이사장 인건비 등 법인 운영비로 불법 집행하였으며, 세계사이버대는 학생등록금을 회계 장부 없이 각종 선교 목적의 활동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성디지털대 등 6개 대학은 알선업체를 통해 대규모로 시간제 등록생을 모집한 뒤 출결·시험·과제 등과는 상관없이 학점을 주다 적발됐다. 이들 대학은 알선업체에 학생 개인별 등록 학점 당 3~5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시간제 등록생을 입학정원의 10배까지 모집하기도 했다. 또한 열린사이버대 등 4개 대학은 법인 소유 교사 면적이 인가 기준에 미달하여 1년 내에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인가가 취소된다.
원격대학은 평생교육법 제22조에 의거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를 건설한다는 취지 하에 설립된 기관으로 2001년 처음 도입되어 올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 교육기관이다. 이 신생교육 기관이 도입 4년 만에 부정·비리가 난무하는 부실 운영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실, 원격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부실화의 조짐이 있었다. 2001년 개교한 9개 원격대학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같은 해 4월에 실시한 인가사항 이행여부 현지 점검 결과를 보면, 법정 설립 기준 미이행, 교사 무단 위치 변경, 회계 문란 등 9개교 중 7개교가 인가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2년 국정감사 결과를 보면, 2002년까지 설립된 15개 대학의 신입생 등록률은 59.4%에 불과하며, 이중 40% 미만인 대학이 7곳이나 되었다. 등록금 의존률이 85% 이상인 대학이 6곳, 법인전입금이 전무한 대학도 5곳이나 되었다. 심지어 4개 대학은 적자 운영으로 자본이 잠식되고 있었다.
이처럼 원격대학은 설립 초기부터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 대학에 정원을 증가하여 주거나, 심지어 2002년 원격대학 설비 기준을 교육인적자원부령에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완화시켜 놓기도 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무대책은 부실 운영이 개선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디지털대는 01년에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교사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한국디지털대는 01년에 지적받았던 교사 출연 미이행을 제대로 시정하지 않고 교사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02년 자본 잠식 상태였던 서울디지털대와 세계사이버대는 이번 실태 조사에서 교비를 횡령·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원격대학 부실 운영의 원인을 규제 완화와 지도·감독의 부족으로 보고, 지도 감독의 강화, 설립 운영 요건의 강화, 회계 운영의 투명화 등의 원격대학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에라도 원격대학 운영 부실의 문제점을 찾아 대책을 세운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원격대학 설립 초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문제점을 제때에 시정하지 않고, 지금에 와서 원인분석이다 대책을 세운다 요란을 떠는 것은 때 지난 뒷북치기일 뿐이다.
무엇보다 열린교육을 한다는 명분 하에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원격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자칫 신입생 부족으로 이어져 재정난과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교육부는 원격대학 설립을 밀어붙였을 뿐만 아니라 정원을 늘려주었다. 결과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돼 온 원격대학은 신입생 부족에 허덕이다 학위장사를 하기에 이르렀고, 지도·감독의 약화는 부실과 부정·비리를 눈감아 주는 꼴이 되었다.
교육부는 그 어느 때보다 원격대학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대학들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 잘못된 정책을 생산하고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반성이나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실패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라면 우리나라 대학은 더 이상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정책 추진 결과에 대해 단호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부실대학으로 전락한 원격대학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