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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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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누리사업 중단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8.21 조회수 :513

교육부는 8월 12일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의 1차년도(‘04.7’~ 05.6) 연차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사업비를 방만하게 집행하거나 사업실적이 부진하여 중형(사업비 10~30억원)에서는 2개 사업단, 소형(10억원 이하)에서는 5개 사업단이 각각 선정 취소되어 약 72억원의 사업비 지원이 중단되었다. 같은 이유로 대형에서는 약 102억원(16개 사업단)을, 중형에서는 약 18억원(6개 사업단)을, 소형에서는 약 53억원(39개 사업단)을 각각 삭감함으로써 총 173억원(삭감 비율 8%)의 사업비를 삭감하였다.

 

이와 함께 재정 집행 부적정 등을 이유로 경고를 받은 13개 사업단의 14개 협력대학이 자진 탈퇴함으로써 약 38억원의 사업비를 삭감하게 되었고, 재정 집행 점검 결과에 따른 사업비 부적정 집행 등으로 2어4300만원을 삭감하였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조치가 지금까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만 하면 특별한 제재 없이 끝까지 지원을 받는다는 안일성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사업단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가지고 철저한 사업 관리와 내실 있는 사업운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는 누리사업이 그만큼 엉망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해당 대학의 해명을 요구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누리(NURI)사업 연차평가 관련 경고, 주의, 제재 현황 공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누리사업단 선정(2004년 6월) 직후인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실시한 현장 점검 결과 전체 111개 사업단 가운데 67개 사업단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들 사업단 가운데 올해 평가에서 또다시 경고를 받은 사업단이 30개였으며, 주의를 받은 사업단도 18개나 되었다. 이 같은 상황은 누리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대학 통·폐합이나 정원 감축을 추진한 대학은 모두 20점의 가점을 주어 경고를 면해 주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 두 대학은 세 차례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살아남았다. 이 가운데는 대학간 통합 선언만 있었지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대학도 있었다.

 

물론 교육부는 올해 6월 누리사업 관리 운영 지침 제정을 통해 "누리사업과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연계"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당초 사업 계획에 없었던 뜬금 없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누리사업이 특정 사업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 본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학간 통·폐합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업을 억지로 연계시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교육부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교육부가 성과라고 내세운 부분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누리사업이 지역 우수인재 육성과 더불어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률 제고 등이 핵심 목표임을 감안할 때 취업률 지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육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누리사업에 참여한 사업 분야 졸업생의 취업률이 6.3% 증가했으나, 이들 대학 전체 졸업생의 취업률은 무려 9.2%나 증가했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작스런 취업률 증가가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이와 별개로 누리사업을 통해 대학 전체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누리사업이 전체 취업률을 떨어뜨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신규 채용된 교원이 모두 341명인데 이 가운데 전임이 37.5%인 12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겸임(105명), 초빙(98명)으로 채워졌다. 이는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을 수업 시간에 따라 교원 확보율로 산정해 주는 교육부 방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겸임과 초빙이 1년 내외의 기간으로 계약된다는 점에 비춰 보면 교원 채용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누리사업은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2008년까지 국민세금을 무려 1조 4천억원이나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교육부는 더 이상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누리사업을 중단하고 전체 국고지원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사업을 명시해 그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예는 거의 없음에도 유독 우리나라만 이러한 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교육부는 평가와 그 결과에 따라 나눠먹기와 특정대학 몰아주기를 반복하고 있는 특수목적지원사업을 최소화하고, 전체 대학 구성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도서 및 기자재구입비 등과 같은 분야에 대학 규모에 따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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