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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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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보다 국가, 법인 노력 우선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8.08 조회수 :399

지난 달 24일,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한국능률협회 등이 주관한 최고경영자 하계 세미나 자리에서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1500만원은 받아야 제대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인터넷은 누리꾼들에 의해 어 총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달궈졌고, 고려대 총학생회도 지난 28일, `당신의 한마디가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통해 "고려대는 귀족대학이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세우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학이 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가구 2/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10%인 계층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88만3천원이었다. 이들 최하위 계층에게 1500만원은 월 소비지출 전액을 꼬박 2년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한마디로 이들 계층이 대학교육을 받는 다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인 것이다. 굳이 최하위 계층이 아니더라도 현재 연평균 7~800만원 하는 대학등록금을 아무 어려움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등록금이 1500만원이 된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은 안중에도 없이, 어 총장의 대학등록금 1500만원 계산법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사립대학 등록금이) 1년에 4만달러, 즉 4천만원 수준이다. … (이를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1500만원"이라며, 우리나라 등록금이 미국 등록금보다 낮다는 것이다. 합리적 예산 편성을 통해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록금 수준에 맞춰 우리 등록금 수준을 결정하는 계산법이라니. 이것이 총장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 들뿐이다.

 

우리나라 등록금이 미국과 비교하여 저렴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미 대학수학능력적성검사(SAT) 주관처인 미 대학위원회(www.collegeboard.org)가 미국 내 270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1~2002학년도 학비 보고서에 따르면, 뉴잉글랜드(메인·메사추세츠주 등) 지역 공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4,892달러로 최고였으며, 서부(캘리포니아·애리조나·유타주 등)지역은 2,934달러로 최저였다. 물론 사립대는 공립보다 4~10대가 비싸 2만 달러가 넘는 지역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의 77.3%가 사립대학에 재학중인 것과는 달리 미국 대학생들은 76.0%가 공립에 재학하고 있어, 대다수 미국 학생들은 저렴한 등록금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덮어둔 채, 일부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과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을 비교하여 낮다고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혹 미국보다 우리나라 등록금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현재 등록금 1500만원은 전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뿐이다. 어총장도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등록금 1500만원’의 진의는 무엇인가?

 

어총장의 발언은 지난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대학총장 하계 세미나에서 사립대학 총장들이 ‘기부금입학제 허용’을 주장했던 것과 일맥 상통한다. 대학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고보조금도, 기부금도 형편없이 적다. 국고나 기부금을 확대할 방안이 없다면, 등록금이라도 인상해야 하며,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다면 기부금 입학을 허용해서라도 재정을 확충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역이용하여 기부금 입학을 합리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어총장의 지적대로 우리 대학의 교육여건은 열악하며, 이의 개선을 위해 교육 재정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정 확충은 OECD 가입국 가운데 공공재원 부담 비율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벗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더불어 사학운영자의 책임성 있는 재정 확충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등록금을 천문학적으로 인상하거나 기부금입학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손쉽게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안일함을 드러낸 것이며, 국민들에게 재정 확충의 의무를 전가하고, 대학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비교육적 행태이다. 더욱이 우리 사학들은 03년 현재, 무려 5조4,351억원(142개 일반 사립대)의 이월적립금을 축적하고 있다. 이는 비합리적 예산 편성으로 불필요한 등록금 인상을 해왔다는 반증인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만큼 사학 의존도가 높고, 대학 재정을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모자라 기부금 입학을 허용하자는 나라는 없다. 대학경쟁력을 강화는 다른 무엇보다 국제적 수준에 맞게 국가와 사학 재정 확충을 중심으로 대학 재정 구조를 혁신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예산 편성과 건전한 재정 운영으로 탈바꿈하려는 사학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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