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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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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만 낭비할 대학구조개혁 사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7.04 조회수 :389

교육부는 4일 2005년도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 신청을 마감한 결과, 국립대학 10개가 통·폐합에 합의하고, 구조개혁 선도대학 분야에서 38개 대학이 특성화 계획을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10개 국립대학이 5개로 통·폐합하고,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시내 주요대학의 입학정원도 2007학년도 까지 3,170명 감축될 전망이다.

 

이로써 대학구조조정 사업 부진에 노심초사하던 교육부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게 되었다. 하지만 교육부에 제출된 각 대학의 계획서는 누가 보더라도 교육부 예산을 지원 받기 위해 급조된 주먹구구식 계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우선 국립대 통·폐합을 보자. 대학들이 제출한 구체적인 계획은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힘들지만, 진행과정을 보면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대학은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고, 이러한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대학 통·폐합안이 제출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게다가 대부분의 대학은 통합원칙과 방향 그리고 정원감축 등에만 합의하고, 대학본부 및 재정, 교직원 인사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향후 과제로 남겨두었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교육부관료들과 국고보조를 의식한 대학 당국자들의 반교육적이고 반지성적인 행태를 확인시켜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모 대학의 경우 “대학본부 관계자가 직원들에게 찬성을 종용하고 단과대별로 회식비를 지원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는 지방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는가.

 

다음은 국립대학과 함께 국고지원 신청서를 냈던 사립대학의 문제다. 이번에 신청서를 제출한 수도권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한양대 등 모두 7곳이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신청서를 제출한 6곳 중 인제대를 제외한 5개 대학은 2005년도 미충원율이 16.2%에서 85.6%에 이르는 대학들이다. 수도권 대학 가운데 인하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모두 지난 6월 수도권특성화사업 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곳이며, 비수도권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학들이다.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은 모두 이른바 ‘부자’대학들이라 교육부가 요구하는 정원의 5%~10%를 감축해도 학교운영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이들 대학은 수도권 특성화사업 선정시 일정부분 정원을 감축하고, 이를 포함해 이번 구조개혁 사업 신청시 몇백 명을 더 추가 감축해 수백억원의 국고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더 이상 몰릴 곳이 없는 대학들이다.

 

결국, 교육부의 터무니없는 평가 사업으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국고보조금을 싹쓸이하고, 수도권 군소규모 대학이나 지방대학은 아예 신청서를 접수조차 못하고, 신입생 미달이 심각한 대학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획서를 제출하게 된 상황이다. 이는 교육부가 밝힌 대로 주요 대학 몇 개만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은 알아서 살아남던가 아니면 퇴출시키겠다는 의도가 관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한 수도권 대학들의 집중 육성 분야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경희대의 경우 수도권특성화사업에서 공학·자연과학(IT)분야로 선정되었으나, 이번에는 공학/디자인·영상계열과 국제화·의학·관광계열 분야를 신청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순서대로 보면 고려대는 공학·자연과학(BT)→국제화, 한국학, 차세대성장동력(IT,BT 등), 성균관대는 물류통상·지역전문가→동아시아학·나노과학기술, 연세대는 공학·자연과학(BT)→의생명과학기술, 인문학국제학부, 이화여대는 공학·자연과학(BT)→기초학문, 예술, 보건교육, 사범대학, 한양대는 공학·자연과학(융합기술)→융합기술기반 핵심소재, 학연산 클러스터로 각각 설정했다.

 

상당수 대학의 신청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수도권 특성화사업에서 선정된 분야에 1~2개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대학이 구조개혁 지원 대상으로 다시 선정될 경우, 국고보조금의 중복 지원이란 논란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은 나눠먹기와 특정대학 몰아주기를 통해 국고 낭비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작되는 Post BK21사업이 더해질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참여정부 교육정책 가운데 핵심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 대학입시 부분이다. 대학 문제는 시장주의에 사로잡힌 교육관료와 진보지라 칭하는 언론을 포함한 수구언론 그리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대학 현장의 이익집단들이 ‘삼각편대’를 이루어 동일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일사천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 교육의 현실적 종착점이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대학 정책은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다지만 참여정부 이후에 들어설 새정부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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