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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시장화 강요하는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안 폐지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6.20 조회수 :560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한층 강화할 태세이다. 지난 10일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 평가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개선방안의 골자는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운영이며, 교육부는 이를 위해 ‘(가칭) 고등교육평가에 관한 법률’까지 입법예고 하였다.

 

기존의 대학평가 방식과의 공통점은 대학평가와 학문평가로 나뉘어 실시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종합평가인정제’와 교육부에서 재정지원을 목적으로 실시한 평가사업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며, 차이점은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통한 산발적인 대학평가의 통합운영 ▷전문평가기관의 인증·지원을 통한 민간평가 활성화 ▷국제수준의 평가체제 구축 ▷대학정보 공시제 도입을 통한 책무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대학서열화의 심화, 평가의 부담가중으로 인한 대학의 파행적 운영 등 기존의 대학평가에 따른 문제점들이 이번 개선안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고 보더라도 이번 대학평가 개선안은 기존의 대학평가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평가를 확대·강화하는 ‘이유’이다.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확대·강화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지난 3월 교육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용으로 작성한 ‘2005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엿볼 수 있다. 교육부는 당시 업무보고를 통해 ‘2010년까지 15개 내외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대학교육 혁신을 위한 핵심적인 비전으로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서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모든 정책수단을 이러한 구조개혁과 연계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선진국 수준의 정보 공개, 신뢰로운 평가시스템 구축은 이러한 구조개혁을 위해 제시된 정책적 수단이다. 즉, 현재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강화하려는 근본적인 의도는 소수의 집중육성대학을 가려내고, 대다수 대학의 대학 통·폐합과 퇴출을 유도하는 대학구조조정의 주요기제로 이를 활용하고자 함에 있다는 것이다.

 

‘평가를 통한 퇴출’이 평가의 목표가 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우며, 이대로 된다면 우리 대학들은 평가기준에 맞춰 또다시 획일화될뿐만 아니라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대학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수단과 방법도 총동원하는 무리수를 둘 것이다.

 

이번 개선안이 안고 있는 또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바로 평가기관과 방식에 있다. 교육부가 관주도형 대학평가에서 탈피하기 위해 학문분야 평가에 있어서 다양한 평가전문기관간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일면 타당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평가기관은 고등교육평가원의 인증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경쟁과 평가를 통한 시장주의 논리를 표방하고 있는 교육부와 입장을 함께하는 평가기관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동덕여대, 성균관대, 연세대를 컨설팅한 바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대학평가를 해오고 있는 중앙일보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때맞춰 지난 1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대학혁신과 경쟁력’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날 삼성경제연구소는 발제문을 통해 “대학은 시장의 경쟁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경쟁방법을 확보해야한다”며 “Prestige형(연구중심의 최고의 명문대학)과 Reputation형(고객의 실용적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좋은 대학)으로 미국은 차별화된 경쟁수단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시장의 논리에 맞춰 대학의 차별화를 외치는 이러한 연구소에게 대학평가를 내맡길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자명하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OECD, RAND등 국제전문평가기구와 제휴하고, 특히 미국 RAND연구소와 공동으로 평가모형까지 개발하겠다고 하였다. 이 역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RAND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히 성장한 연구소로, 군사·국제·인구·교육·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의 신자유주의식 정책수립을 뒷받침하는 미국 최대의 싱크탱크이다. 이들과의 제휴를 통한 대학평가는 곧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무분별하게 흡수하는 과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들과 대학평가 방식과 인력을 교류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학정보는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개방을 통해 우리나라에 속히 상륙하길 원하는 미국으로써는 힘들여 시장조사를 할 필요없이 앉아서 우리 교육정보를 그대로 입수하게 되는 셈이다.

 

시장주의 논리에 맞춰 우리 대학을 재단하려는 이번 개선안은 폐지되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대학평가는 ‘진단을 통한 육성’에 목적을 두어야 하며, 그 내용은 방만한 대학운영, 부정·비리 등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더나아가 대학의 주체적 학문과 교육의 토대마련을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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