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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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통·폐합 실패의 교훈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6.06 조회수 :491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남대와 충북대, 경상대와 창원대, 군산대와 익산대의 통·폐합이 무산되었으며, 전남대와 여수대, 경북대와 상주대 통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부산대와 밀양대, 강원대와 삼척대는 합의에 이르러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국립대 통·폐합은 결국 일반대가 산업대를 흡수하는 방식만이 성공했고, 일반대학간 통·폐합은 물 건너갔다고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사업은 큰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일반대학간 통·폐합이 한 건도 성사되지 못한 현재 상황은 국립대학 통·폐합에 적극적이었던 교육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3개 통합 국립대학에 연간 200억원씩 2~4년간 계속 지원하기로 했던 교육부 방침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학간 통·폐합 사업 실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국고지원을 무기로 몇 개월만에 통·폐합 방안 마련을 강요했던 교육부 정책이 관철되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부 사업이 실패하면서 아까운 국민 혈세만 낭비되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추진되었던 통·폐합과 전혀 다른 내용의 발전계획을 제출한 국립대학에 2002년과 2003년 각각 400억원씩 지원한 바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평가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연합대학 및 대학간 통·폐합이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설정된 바 있어 예산 낭비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약간 다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밀양대 캠퍼스 이전비로 투입된 정부 예산도 결과적으로 낭비되었던 셈이다. 교육부는 1924년 문을 연 밀양대를 1996년 말부터 2004년까지 1천150억원을 들여 캠퍼스 이전작업을 벌였다. 밀양대학교 ‘대학요람’(2001)에 따르면, 캠퍼스 이전 취지를 “21세기 부산, 대구, 마산, 창원 권역의 고등교육을 주도하고, 지방문화 창달을 위해 대학 부지를 이전하여 교세를 확장하고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대는 캠퍼스 이전 2년만에 ‘교명’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기존 캠퍼스가 낡아 신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과연 1천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 이전까지 할 필요성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하다.

 

교육부 정책 실패로 발생하는 문제는 예산 낭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의 자체 발전계획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학 장기발전계획이라면 10년~20년을 내다보고 수립해야 하는데, 현실이 보여주듯이 대학 발전계획은 국고지원을 내건 교육부 정책에 따라 그 때 그 때 달라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 발전계획이 대학 구성원들이 아닌 교육부 관료 몇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 정책 실패의 피해가 정책 입안자가 아닌 대학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누차 언급했지만 대학이 통·폐합되어야 할 상황까지 치달은 것도 교육부 관료들의 정책 실패 때문이고, 대학이 특성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백화점식 종합화가 된 것도 교육부가 무분별하게 증과·증원을 허용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진 인사가 없다.

 

교육부 정책을 점검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들도 교육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중계 방송하면서 국립대학 통·폐합 실패의 책임을 해당 대학들에 돌리고 있다. 교육부 관료들이 문제가 있는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데는 이들 언론의 책임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교육부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억지춘향’식의 대학간 통·폐합을 더 이상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교육부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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