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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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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율과 교육부의 책무성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5.09 조회수 :377

지난 7일,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국립대학 총장 선출 방식을 ‘대학과 대학외 인사가 함께 추천하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하는 간선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대 대학구성원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총장직선제 폐지’를 다시금 들고 나온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구성원들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일반적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 설립 초기부터 국가와 사립대학 법인이 완전 임명제로 총장을 선출해 왔으며, 1987년 민주항쟁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총장직선제를 실시할 수 있었다. 뒤늦은 출발이지만 대학민주화와 대학자치의 실현이라는 총장직선제의 의미를 따져볼 때, 제도 정착과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음에도, 시행에 들어간지 10년도 되지 않아 일부 문제점을 이유로 96년부터 폐지되기 시작했다. 총장직선제는 현재 국립대와 몇몇 사립대에서만 시행되고 있으며, 김부총리는 이마저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총장직선제 폐지 이유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총장직선제로 인해 대학내 파벌이 형성되고, 과열선거운동으로 여러 폐단이 나타나며, 총장의 지도력 약화로 대학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정부의 지적이 옳다. 실제 이러한 문제점들은 국립대 대학 구성원들도 느끼고 있는 지점이다. 문제는 그 원인진단과 개선방안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내 파벌은 총장직선제로 파생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의 고질적인 학맥·인맥으로 인해 직선제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더욱이 총장직선제는 도입된 기간이 짧은 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정부는 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와야 함에도 어이없게 직선제 폐지를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03년 참여정부 첫 대통령 업무보고 때만 해도 국립대 총장선출 방식은 대학자율로 하고, 대학구성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04년 업무보고에서는 총장선출 방식을 직선제를 포함해 총·학장 공모제, 총장추천위원회에 의한 간선제 등으로 다양화하겠다고 하더니, 급기야 교육부총리가 간선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교육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과감한 자기개혁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는 철저한 자기 반성이라기보다 국민의 개혁 열망에 힘입어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몸을 사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출범 초기에는 총장 선출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직선 총장들이 대학구성원의 의견을 살펴 대학구조조정을 힘있게 밀어붙이지 못하자 간선제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교육부가 국립대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자신의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 간선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과 사업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총리는 간선제 추진과 함께 대학회계제도 도입과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의 자율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으면 대학 자율의 상징이라 할 총장직선제도 폐지시키면서, 자신의 책임을 벗어 던지기 위해서는 대학 자율을 들먹이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회계제도와 법인화는 곧 국립대 민영화를 의미하며, 국립대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이자 포기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책무성을 강조하기 전에 앞서 교육부의 책무성을 높일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을 통제 하에 두거나 재정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 대학자율을 강화하고, 교육재정 확충을 비롯한 기본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립대 경쟁력 강화의 상책인 것이다. 또한 대학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3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앞으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 대학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총장 선거의 과열과 혼탁 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진통이 대학구성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총장직선제와 대학 자율을 발전시켜나가는 실질적 계기가 되어야 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 관리 법안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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