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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9.20 조회수 :428
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수도권대학을 대상으로 한 ‘2004년도 대학특성화 지원사업’ 평가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대규모대학 11개교가 370억원을, 강남대·삼육대·서강대·아주대 등 중·소규모 대학 16개교가 230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 사업은 얼마전 선정이 완료된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 사업(누리사업)’에 대비되는 사업으로 산학협력단 설치, 교원확보율 50% 이상(의대를 보유한 대학의 경우, 의학계열 제외하고 산출)인 대학에 한하여, 특성화추진계획 및 실적, 학생정원 감축, 교수업적평가제실시 등 대학구조조정 추진계획 등을 평가하여 지원대학을 선정하였다.
이번 사업은 지난 8월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시안)’과 일맥상통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을 재편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가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은 일반지원에서 선별지원으로 국고지원사업이 완전히 전환되면서 실시된 지원사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선정결과에서 드러나듯이 수도권 대규모 대학 집중지원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사업의 심각한 문제가 여기에 있다. 물론 그간 국고지원의 부익부 빈익빈이 계속 심화되어 온 상황에서 그나마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학들에게 가뭄속 단비와 같았던 일반지원사업을 폐지시켜 이들 대학을 존립의 위기로 내몬 것도 문제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교육부가 세칭 명문대학이라 불리우는 대학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 곧 우리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고 신념화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에 총 600억원 가운데 370억원을 지원받는 11개 대학에는 세칭 명문대학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학 가운데 한양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 8개 대학의 경우, 최근 5년간 전체 사립대학 국고지원의 36%를 독차지한 상위 10개 대학에 포함된 대학들이다. 물론 이번 사업 지원액의 1위는 단연 41억 5천만원을 지원받은 서울대다. 이들 대학에 대한 집중지원은 최근 5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대는 해방이후 미군정 산하에서 전체 교육원조의 60%를 집중지원 받았고, 연세대·고려대는 사립대학에 대한 전체 교육원조의 90%를 독식하였으며, 이같은 집중지원은 군부독재시절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시기를 거치면서 변함없이 유지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대학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간 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아온 이들 대학들은 말로는 특성화를 말하면서도 양적팽창을 거듭하여 공룡같은 규모의 종합대학을 지향하였다. 대학간 서열경쟁에 매몰되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지방대학의 정원미달문제도 이들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 무분별하게 규모를 확대하여 신입생을 독식한 탓이 크다. 또한, 이들 대학은 내실있는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학벌에 근거한 기득권 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대학은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이런 과정속에서 이들 대학과의 서열경쟁에서 밀려난 대다수 대학들은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었고, 오로지 ‘명문대 따라잡기’에 매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교육부가 수도권 대규모 대학에게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요구하고 전체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대폭 늘려 각 대학들이 안정적으로 자기발전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할 때이다. 물론 이번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 평가기준에 정원감축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100점 만점에 10점에 불과한 정원감축기준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이 자체 정원을 축소할리 만무하다. 정원감축을 재정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수도권 대학의 정원감축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생략한채 대규모 대학들에게는 퍼주기로 일관하고, 지방대학을 비롯한 군소단위 대학들에게는 대학퇴출 운운하는 ‘선택과 집중’지원정책은 결코 우리 대학의 살 길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