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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9.06 조회수 :449
교육부는 지난 31일,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주재한 대학혁신포럼에서 ‘대학 구조개혁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09년까지 국립대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를 21명까지, 사립대는 전임교원확보율을 65.0% 이하로 낮추고, 내년부터 ‘대학정보 공시제’를 실시하며, 국립대간 통폐합 및 연합대학 체제, 국립대 ‘대학회계’ 제도, 사립대학 퇴출 및 출연재산의 환원, 대학원 평가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칭)구조개혁특별법을 제정하고 평가전담기구인 ‘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확정안은 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쳐 10월 발표된다.
전국의 총·학장을 모아 놓고 교육개혁의 시작이라며 전격 발표한 이번 방안은 김대중정부의 교육발전5개년 계획안 등을 구체화한 것일 뿐 전혀 새로운 것이 없으며,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선,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기본적인 취지는 바람직하나, 국립대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많은 지방 군소 단위 대학들이 일방적인 통·폐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사립대는 교원 확충을 이유로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 분명하다. 만약, 국립대에 ‘대학회계’제도가 도입된다면 국립대의 등록금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가와 사학법인의 책임 확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대학구성원들은 교육부의 무책임으로 야기된 문제들을 엄청난 비용을 주고 떠 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대학정보 공시제는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신입생 등록률이 크게 낮은 대학은 등록률 공개만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취업률 공개도 통계의 신뢰 여부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있으며, 대학 서열화를 더욱 조장할 가능성도 크다. 시간강사 비율 공개도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이 아니라 비전임교원(연구, 대우, 강의전담 등)으로 대체시켜 시간강사의 대학 진출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국립대학 구조조정안은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으며, 궁극적으로 국립대학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정부의 재정 투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부실대학 퇴출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은 이미 예상되어 왔던 일이다. 다만, 교육부가 부실대학의 판단 기준이라고 밝힌 신입생 충원율과 차입금 비율은 정원을 축소하면 신입생 미달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현재 전국 사립대학들의 부채 비율도 낮아, 교육부가 진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실제 목적은 교육개방 등을 맞아 대학간 인수·합병 및 매각을 가능케하고, 대학을 영리법인화 하는 한편, 일부 대학에 기부금 입학을 허용함으로써 대학을 완전히 시장화하려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학원 구조개혁은 한마디로 말해 뒷북치기식 사업의 전형이다. 교육부의 대학원 확장 정책으로 우리나라 대학원은 이미 포화상태로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제 와서 대학원을 정비하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한편,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추진은 기존에 대학 평가를 담당했던 ‘대교협’과의 역할 배분이나, 조직의 위상에 대한 설명이 없어 향후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많다.
대학 구조조정은 노태우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과제이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는 주장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교육부가 고등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시장주의에 기반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설립 및 정원을 비롯한 대학 자율화 정책을 막무가내로 시행한 바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결국은 교육부가 그 동안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한번 없이 잘못된 정책 결정 및 집행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 년 간의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사학법인 퇴출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 발표는 사립대학에 대한 이중 압박으로 받아들여 사립대학 당국이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애초 교육부는 6월 말에 이번 방안을 발표하려 했었다. 두 달이나 미뤄진 상황이라면 발표시점을 조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거 정부의 안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내용을 사립학교법 개정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 발표한 것은 교육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막아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학구성원들과 국민의 바램인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가로막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