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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9.01 조회수 :488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8월 25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언뜻 보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교육부가 사학 부정·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해 오랜만에 큰일을 해 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교육부의 조치를 마냥 환영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욱이 참여정부 6개월을 맞아 교육부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첫 작품(?)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먼저, ‘사학 분쟁 조정’이라는 의미부터 살펴보자.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학 분쟁의 주요 원인은 거의 대부분이 학교 운영자들의 전횡과 부정·비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사학에서 분쟁을 없애려면, 원인을 제거하고 향후에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고, 구성원들이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운영위원회’ 등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를 외면한 채 ‘분쟁’을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부정·비리가 발생했으면 관련자들을 법대로 처벌하면 그만이지 무슨 조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분쟁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는 사학 부정·비리에 대한 교육부의 인식 정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좋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의 이러한 경향은 “사학 분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다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목적(교육인적자원부 훈령 제639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교육부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사학 부정·비리 척결이 아닌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명분으로 설치했다는 의미이다.
사학 부정·비리가 발생해도 학생수업권을 침해하는 학내 분란만 없으면 된다는 것인지, 학내 분쟁의 원인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대학 구성원에게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난 시기 대학 구성원들이 의혹 제기를 할 때마다 외면하거나 마지못해 개입했던 교육부가 이제 와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외치는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당황스러울 뿐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위원회를 실질적 권한도 없는 ‘자문기구’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규정’에 나타난 위원회 기능은 현재 교육부가 직접 담당했던 업무들이다. 다시 말하면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자문을 받겠다고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 교육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밖에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출범은 자문기구라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적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가 밝혔듯이 위원회는 (사학분쟁조정)법이 아닌 교육인적자원부 훈령에 의해 설치되었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위원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 등을 벌일 수도 있다.
아무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한 논란은 교육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이 같은 기류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과거 인수위 보고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쟁점사항에 대한 폭넓은 여론수렴과 논의를 통해 개정’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만 보였을 뿐, 얼마 전 발표된 교육혁신 로드맵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국회의 반대 등 사립학교법 개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부가 보여 왔던 행태에 비춰보면, 이러한 주장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 스스로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회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했던 적이 없지 않은가.
교육부는 이제라도 총체적 사학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꼼수만 썼다가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