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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8.18 조회수 :484
지난 6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참여정부 5년의 교육개혁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윤곽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번 ‘로드맵’의 내용은 지난 4월 발표된 교육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의 뼈대에 살을 붙인 격이다. 당시 대통령 업무보고는 실패로 끝난 김대중정부의 교육정책을 재탕, 삼탕하고 있어 실질적 교육개혁을 염원했던 국민과 교육현장 구성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던져준 바 있다. <대학소식 29호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보고가 발표된지 넉달이 지난 지금, 변함없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한 것을 보면, 참여정부가 국민들과 교육현장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매몰되었던 김대중정부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기 어렵다. 특히, 이제 막 출범한 교육혁신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교육부가 교육개혁의 밑그림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여전히 교육정책을 교육부의 주도하에 두겠다는 교육부의 독단과 독선까지 엿보여 심히 우려된다.
이번 로드맵은 교육인적자원정책의 3대 원칙으로 ‘분권, 참여, 통합’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할 기본과제로 ▷교육행정체제 혁신 ▷자율과 참여의 교육공동체 실현 ▷교육본질을 추구하고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경쟁력 확보 ▷평생직업교육의 적실성 및 공공성 강화 ▷인적자원 개발·활용의 선진화 등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교육부는 시장경제논리를 더욱 강화할 것을 재강조하고 있다.
국립대학 이사회 설치 등 ‘국립대학 의사결정구조의 개방화’와 ‘국가일반회계와 기성회 통합’은 현재 교육부가 국립대 민영화를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국립대운영에관한특별법’의 내용과 일치한다. 또한, 교육부는 소수의 혜택과 다수의 소외로 우리 대학을 차별화·서열화시킨 대표적 정책인 BK21사업을 더욱 강화할 심산이다. BK21사업이 완료되는 2005년부터 Post BK21사업을 실시하여 결국 BK21사업을 계속 연장시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등지원사업에서 소외된 다수의 대학들이 합법적으로 퇴출될 수 있도록 내년까지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하고, M&A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구성원들의 반발에 직면해있는 대학평가제도 역시 근본적 재검토 없이 별도 전문기구 설치를 통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교육구성원들의 염원이였던 교육재정확보, 사학개혁, 대학민주화실현, 학벌주의해소에 대해서는 이번 로드맵에서도 참여정부의 책임감있는 답변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교육행정체제 혁신’과제에서 갈등조정자의 역할에 머물 것을 분명히 했으며, ‘대학운영의 투명성 확보’방안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라는 해묵은 대안만 제시하였다.
그나마 지난 업무보고에서 제시되었던 ‘사학비리 전담기구 설치’는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운영위원회 법제화 등 교육구성원들의 오랜 숙원은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다. 교육부가 6대 기본과제로 제시한 사교육비 경감과 평생직업교육의 강화, 인적자원개발 선진화 등의 사실상 근본적 해결방안이라 할 수 있는 학벌주의 해소 역시 ‘범정부 대책 마련’이라는 두루뭉실한 답변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은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2004년까지 관련 법령 개정과 조직 및 기능정비를 마무리하게끔 되어있다. 이는 교육개방의 협상완료 시한과 일치한다. 즉, 대학퇴출 관련 법령개정, 국립대 민영화 등 현재 교육현장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대한 사안들을 1~2년안에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육개방을 통해 유입될 외국 교육자본의 입맛에 맞춰 우리 교육계를 서둘러 재편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을 철회하고, 교육부 중심이 아닌 교육현장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교육개혁안이 마련될 수 있는 새로운 통로와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할 것이다.
2003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