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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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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대학정책 어디로 가나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7.07 조회수 :495

7월 3일 부산에서 ‘2003년도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가 열렸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이 자리에 참여해 ‘참여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했다.

 

윤 부총리는 강연을 통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교육·연구역량 확충 및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핵심주체로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부총리는 IT, BT, NT, ST, ET, CT등의 6T분야에 07년까지 2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BK21사업을 지속시키며, 경영·법학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지방대 중심의 연구소·지자체·산업체 등이 사업단을 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산업의 발전과 경제의 활성화, 인재의 지방정착,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완화 등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윤 부총리는 대학구조조정과 산학협동 활성화, 고등교육재원 확보, 이공계 대학 연구소 육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기업이 바라는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조만간 경제단체 회장단을 만나 대학에 대한 투자와 기업이 바라는 수요 인력에 대한 내용과 수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온갖 수사가 가득하지만, 교육부총리 발표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신자유주의 차별 정책을 ‘참여정부’에서도 계속 이어 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BK21지속,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대학자율화 확대, 지방대학 산학협동 확대 등이 그런 예다. BK21사업은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 발표에서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의 실패 사례로 지적되었으며, 얼마 전 확정된 신규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은 대학을 입시학원화하고, 고학력 실업자 양산, 기초학문 붕괴 등과 같은 이유로 김영삼정부 때부터 논란이 일었던 정책이다.

 

6T분야에 2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발표 역시 시장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6T분야 지원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독자 사업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사업이며, BK21과 마찬가지로 기초학문 차별과 응용학문 우대라는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예산지원도 새롭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사업의 연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마치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포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방대학 육성책은 고심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채 지방대 학생의 취업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방침대로 될 경우 지방대는 교육의 질적 재고보다는 취업률 수치 높이기에 혈안이 될 것이며, 육성을 빌미로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됨으로써 수많은 지방대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충격적인 것은 ‘참여정부’가 대학을 시장으로 변모시킨 것도 모자라 대학의 역할을 아예 취업인 양성소로 전락시키기로 했다는 점이다. 대학사회가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하더라고, 진리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친 채 기업이 요구하는 기능인력만 양성해서야 되겠는가. 대학이 기업에 완전히 종속되면 학문의 주체성은 꺾이게 된다.

 

설사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대학에서 육성한다고 하더라도 직업학원이 아닌 이상 이익과 성과를 쫓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업 논리를 대학이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지난해 한 강연에서 “기업이 필요한 인재는 기업이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했던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이번 강연 내용 가운데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 방침은 매우 획기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계획이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법의 제정을 위해서는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 과정이 남아있어 실현 가능성을 현실에서 논하기에는 이르다 할 것이다.

 

출범 3개월이 지난 ‘참여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고, 이러한 우려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다짐했던 대통령 업무보고 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과거와 같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참여정부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시대 정신과 개혁 요구를 거부한 채 과거의 타성에 젖어 기만적 변화만을 추구하는 세력들은 과감히 교체시켜야 할 것이다.

 

2003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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