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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3.17 조회수 :413
교육개방 계획서(이후 양허안) 제출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 교육개방에 대한 반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WTO교육개방 음모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교육개방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 및 5,000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진행하였으며 지식인 33인의 ‘교육개방 반대와 교육공공성 쟁취’ 선언도 따랐다. 참교육학부모회도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학부모 1천인 선언’을 통해 양허안 제출 철회를 촉구했다.
교수, 학생, 학부모 등 각계로 교육개방 반대 흐름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주 안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교육개방 양허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양허안은 현행법상 개방이 가능한 수준에서 중졸 이상 해외유학, 유학알선 서비스, 외국인학교 설립 및 운영, 학교법인을 통한 교육기관 설립 및 운영, 외국인 교원의 채용 등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개방을 전제로 제정된 현행법에 대해 많은 교육단체와 시민들이 개정을 요구하고 있어 현행 수준의 양허안이라 하더라도 커다란 반발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양어한 제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리 낮은 수준의 개방이라 하더라도 일단 개방이 되면 국내 정책, 법령 변경과 상관없이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개방 후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개방하기로 한 것은 되돌릴 수 없으며 국내법으로도 규제나 통제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주권 상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개방의 실질적인 효과도 미지수이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도 시작되기 전 개방안을 먼저 내놓은 것은 성급한 결정이다.
한편, 교육부인적자원부 김응권 국제교육협력담당관은 교육개방 양허안을 내지 않더라도 국제관계에서 우리 나라도 협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교육개방 협상은 금융 등 12개 분야와 연결돼 있으므로 양허안을 제출하는 게 유리한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즉, 미국의 다방면적인 통상 압력으로 일정한 교육개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당한 압력에는 맞서 싸워야 옳다. 그렇지 않고 현실론만 강조한다면 정부 차원의 외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당한 압력에 내주지 말아야 할 것까지 내주는 협상이라면 아니함만 못할 일이다. 정부 외교의 목적은 세계와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사수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교육개방 반대 입장을 표명한 EU 등과 함께 ‘교육 상품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공동 보조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달 5일, 유럽연합은 교육분야를 보건, 문화 분야와 함께 서비스협상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위원장은 “공공의 이익이 걸린 공공 분야는 보호한다”면서 “교육이나 보건 분야에서 개방 약속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에서 교육개방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예전보다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는 국제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다.
제도 언론에서는 “질 좋은 교육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국내 교육계를 살리고자 우리 2세들을 낙후한 교육에 맡긴다면 우리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교육개방이 본질적으로 학생의 교육 자체보다 이윤추구에 목적이 있음을 알고도 모른 채, 국민여론을 기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외국 대학이 국내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현행 법규 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과실 송금 허용과 학교 설립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그렇기에 교육부문을 개방하더라도 본국에서 시장성이 확보된 외국의 우수대학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외국의 질 낮은 학교만 국내서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교육개방이 되면 등록금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고 연간 수 조원에 달하는 국부의 해외 유출, 우리 교육과 문화에 대한 주체성의 혼돈과 상실, 대외종속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대학들은 파산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듯 교육개방은 우리 나라 교육을 몰락시킬 가공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양허안 제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후손의 미래가 남의 손에 저당 잡히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노무현정부가 교육관련 단체와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의 신속한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3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