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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3.03 조회수 :424
교육부총리 인선을 놓고 노무현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총리의 책임과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거론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노무현대통령의 고민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기존 질서와 전혀 다른,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총리도 과거의 경력과 자리 안배 차원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사고를 지닌 인사가 맡아야 한다.
첫째, 신임교육부총리는 ‘시장논리’가 아닌 ‘균형과 통합’의 교육철학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김영삼·김대중정부 들어 교육정책은 철저히 미국식 시장논리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 결과,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와 이에 따른 ‘대학 서열화’가 심화되면서 대다수 대학이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시장논리에 기반한 각종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함으로써 교육현장에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판을 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0년간 지속된 ‘수익자 부담 원칙’은 급기야 돈 없는 서민들이 대학 문턱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교육부총리는 무차별적인 ‘시장논리’ 신봉자가 아니라 ‘균형과 통합’, ‘화합과 평등’에 입각한 교육철학을 지닌 인사가 되어야 한다.
둘째, 참여민주주의·교육현장의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노무현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했듯이 교육부총리도 ‘참여민주주의’를 확고히 구현할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 지금껏 추진된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주체들을 배제한 채 교육관료와 몇몇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이로 인해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육현장의 주체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쳐 절차적 민주주의가 많이 확대되었으나, 교육현장의 민주화는 시대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 운영에서 구성원들의 참여가 배제됨으로써 대학이 매우 폐쇄적이고 경직되게 운영되면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총리는 정책수립 과정과 교육현장에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셋째, 대학 내의 부정·비리를 일소할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부정·비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대학의 84%, 전문대학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사학의 부정·비리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학 개혁만 제대로 해도 노무현정부의 교육개혁은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이다. 사학 부정·비리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각종 법·제도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하며, 특히 사학 운영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시급히 이루어내어야 한다. 신임 교육부총리는 대학 부정·비리 일소에 대한 확고한 자기 신념이 있는 인사여야 한다.
넷째, 교육관료들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 리더쉽을 가져야 한다.
모든 부처가 그렇듯이 교육부총리가 관료들에 휘둘릴 경우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추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인사들을 몇몇 보아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논란이 되었듯이 현재의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은 관료주의, 일방주의, 반개혁 및 반민주적 행태 등으로 인해 교육관련 제단체와 교육현장의 주체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관료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육부총리가 문제 있는 관료에게 휘둘릴 경우 교육개혁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다. 따라서 교육부총리는 교육부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 리더쉽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다섯째, 남북교류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인사라야 한다.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과 북은 적대에서 화해로, 분단에서 통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역할은 매우 크다. 남과 북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족을 통합시키는, 더 나아가 통일시대의 전망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분야가 매우 많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부총리는 남북교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교육분야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인사여야 한다.
시기상으로 교육부총리 인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새로운 인사가 발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들려오는 출신 대학에 따른 안배나, 과거 정부의 교육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가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고려되는 일 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2003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