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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11.25 조회수 :574
연세대가 지난해 발표했다 논란을 빚은 기부금 입학(연세대는 기여우대제라고 하지만 기부금 입학 허용 여부가 관건이기에 사실상 기부금 입학이다)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연세대는 지난 19일 기부금 입학을 2004년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하고, ‘대책위’를 꾸려 시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그 동안 국민들과 교육당국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기부금 입학을 도입하기 위해 공청회, 신문광고, 법학교수 여론조사, 기부금 증액에 대한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다.
물밑 활동을 계속하던 연세대가 이번에 다시 기부금 입학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 선거 시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지난 4월 부산에서 여·야 국회의원을 참석시킨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한 적 있으며, 대선 후보의 각종 토론회에서 기부금 입학 허용 여부를 주요 검증 내용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세대는 따라서 이번 대선 기간을 통해 기부금 입학 허용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생각인 것 같다. 학문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제도를 특정 대학이 나서서 마치 이익집단처럼 대선 정국을 이용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어찌되었건, 연세대가 추진 중인 기부금 입학은 절대 도입되어서는 안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에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겠다. 다만 기부금 입학 도입 방침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는 지금, 모든 것을 상품화하여 자본 축적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학만이라도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부에서는 기부금 입학 도입의 당위성을 ‘대학 자율화’와 연관해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학이 보여준 모습에서 이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먼저 89년 사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등록금이 얼마나 인상되었는가? 지난 10년간 3~4배 인상되면서 물가인상을 주도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정부에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통제했음에도 이 정도이니 대학들 요구대로 무작정 맡겨 놓았으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겠는가.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10년 전부터 학생 수 미달을 예고하고 있었음에도 무작정 정원을 늘렸다. 그러다가 지금에 와서는 학생 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사학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연세대는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연세대 예·결산이 대학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세부적으로 공개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등록금 인상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가. 아울러 지난해 사학의 투명성을 강화를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는 국회를 찾아가 정치인을 상대로 반대 로비를 펼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연세대 총장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최고 대학 가운데 하나라는 대학이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반교육적 제도를 도입하려는데 앞장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02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