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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9.02 조회수 :495
지난 29일 늦은 2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전국산업대학교총장협의회가 주최하고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산업대학 발전방안 수립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주제 발표 이후 벌어진 자유토론 시간에 산업대학에서 참여한 교수들은 산업대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호소하고 정부의 차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부 임기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대학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서글픈 코미디가 생각났다. 김대중정부의 교육정책이던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이 99년 3월에, ‘국립대학 발전계획’이 00년 12월에 발표되고, ‘전문대학 발전 계획’이 지난해 6월에 발표되었는데, 산업대학은 그 동안 변변한 발전 계획조차 없이 방치되다가 이제 와서 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공청회를 열고 있으니 말이다. 정권이 바뀌어 새로운 교육개혁안이 나온다면 이번 공청회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산업대학은 그나마 공청회 한번 없이 교육관료들에 의해 확정안이 만들어 졌던 전문대학에 비해 공청회도 열리고, 주체도 정부가 아닌 총장협의회였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 지 모르겠다.
산업대학은 지난 82년 경기공업전문대가 개방대학 체제인 지금의 서울산업대학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되었다. 뒤이어 84년부터 부산·대전 및 광주산업대 등이 잇따라 신설되어 1984년 1만 3,000여명이던 학생 수가 2002년 현재 19개 대학에 18만여명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산업대학은 지난 20여년 동안 차별의 그늘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당초 산업대학은 평생교육, 산업인력 양성, 계속교육기회 부여 등의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두환정권의 정치적 이해가 더 큰 설립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두환정권은 80년 7월 30일 ‘교육정상화 및 과외금지조치’를 발표하면서 대학졸업정원제를 시행하게 되고 여기서 탈락생들에게 계속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했고, 편·입학의 기회가 봉쇄된 전문대학 졸업자들에게도 학사학위 취득 기회를 주어야 했다. 그런데 전문대학의 설립 배경 가운데는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재수생 문제 해결이 크게 작용했다. 때문에 산업대학은 대학 입시에서 탈락해 전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나, 졸업정원제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임시 방편적인 탈출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한 설립 배경과 당시의 상황은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후 정부가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에 관심을 가졌을 리 없다. 정부는 이들 대학과 일반대학을 철저히 차별했다. 설립 당시부터 교원확보, 기자재 구입 등과 같은 교육여건 개선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은 거의 없었다. 산업대학은 특히 일반대학과 구분시키기 위해 교수정원과 대학행정조직, 인력, 대학원 설립운영, 학생모집 등 학사 운영의 거의 모든 부분을 정부가 통제했다. 4년제 대학이면서도 법적으로 일반대학원을 설치할 수 없어 박사학위자 배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산업대학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민의 정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청회를 보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은 것은 산업대학은 전문대학과 함께 정부의 관심 밖으로 이미 밀려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해 졌던 차별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의 대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어 오면서 그 동안 명확히 구분되었던 일반대학과 산업대학·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이 이제는 일반대학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 일반대학 가운데서도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같은 대학 내에서도 계열에 따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세계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경쟁 논리를 도입했으며, 대학 구성원들마저 이 논리에 상당 부분 동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나올 정부의 산업대학 발전 계획에 무슨 내용을 담길지는 뻔한 이치 아닌가.
문제는 이러한 차별 문제가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앞으로 극소수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정부의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학간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멀게만 들린다. 모두가 함께 동등한 상황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희망은 진정 몇몇의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고 말 것인가.
2002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