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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8.05 조회수 :460
교육부는 지난 4월 산업교육진흥법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대학(산업대, 전문대 포함)내에 법인 성격의 산학협력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산업체와 비용 부담과 보전, 성과의 귀속과 배분 사항을 포함한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사립대학의 경우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학교회계에서 전출할 수 있다. 산학협력단은 별도의 규정과 인원(교·직원), 회계를 가질 수 있으며, 여기에 참여하는 교·직원은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대신 관계자들은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유지해야만 한다.
대학은 또한 이 법(안)에 따라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기업체와 함께 ‘협동’연구소를 설치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체는 교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협동연구소 시설과 연구원은 교육여건 평가에서 대학 보유 재산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 행·재정 지원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
효용성 여부를 떠나 법(안)대로 시행된다면, 대학은 매우 큰 변화를 맞게 되며, 결과적으로 파국을 맞게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법(안)이 국회 심의 과정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교육부 안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대로라면, 대학은 이제 기업체의 돈벌이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며, 특히 사학은 학생등록금을 이용하여 스스로가 이윤 창출의 길로 나설 수가 있게 된다. 학교 결산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 구성원들은 학교가 무슨 비리를 저지르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또한 교육 공간과 교·직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 내에 기업체가 입주하고, 정부기관의 대학 평가에서 이를 해당 대학 재산으로 인정하게 함으로써 대학당국이 교육보다는 영리사업에 더욱 치중하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교·직원 역시 본연의 역할보다 인센티브를 의식해 산학협력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질 경우 학생들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관계자들의 비밀유지 조항으로 인해 대학에서 창출된 지식이 공익보다는 개인과 기업체, 학교 운영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번 법(안)은 김대중정부가 추진해 왔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최대 정점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대학 정책 기저에는 국고지원 확대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자리잡고 있다. 교육개방과 국립대학의 책임운영기관화, 대학간 차등 지원, 사학 자율 확대 등이 그러한 정책의 핵심이다. 여기에다 실용성 강화 명분의 학부제와 전문대학원 도입은 대학(원) 교육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공동체 문화와 비판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되었으며, 학문과 진리 탐구보다는 돈벌이 방법을 찾기 위한 경쟁만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 법(안)은 파국적 상황의 대학 현실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한 결과로써 대학과 그 구성원은 이제 돈벌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의 공간과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너무 과도한 주장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을 든 정부의 통제정책과 운영자들의 온갖 전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대학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넌센스다. 게다가 교육부는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산학협동과 상당수 대학에서 각종 형태로 이미 추진하고 있는 학교기업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것도 미국에서 20여년 전에 추진했다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교육부가 대학 교육정상화 보다는 ‘시장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학이 산업계의 요구를 무한정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이 주체의식 없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주문들을 그대로 혹은 앞장서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독자적인 주체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어 역사와 사회 진보를 앞장서 선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돈버는 일보다 백번 천번 소중한 대학의 진정한 역할이다.
2002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