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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교육개방 약인가 독인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4.29 조회수 :589

지난 2001년 11월 14일 제4차 WTO각료회의에서 ‘도하개발아젠다’(일명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하면서 교육개방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WTO각료회의에서는 2005.1.1까지 협상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교육개방과 관련된 서비스 분야는 2002년 6월 30일까지 각국 정부에 개방을 요구할 내용의 ‘양허 요구안’을 제출하고, 2003년 3월 31일까지 자국의 교육분야의 개방 계획을 내용으로 하는 ‘양허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격적인 협상은 2003년 중 열릴 가능성이 큰 제5차 WTO 각료회의 이후에 이뤄질 전망인데, 협상 시한인 2004년 말까지 정부는 미국 등과의 양자협상, 그룹별 다자간 협상을 병행하게 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대외 개방은 정부가 외국대학과의 교육프로그램 공동운영을 허용한 97년부터 시작되었다. 이후로 정부는 교육법시행령(현행 고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과 사립학교법 및 동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 대학의 국내진출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

 

정부는 또한 지난 4월 1일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동법 시행령’을 발효시켜 학교법인이 아닌 외국의 일반법인이나 개인이 국내에 외국 대학이나 분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함께 지난 4월 4일 정부가 발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방안’은 외국 우수 대학(원)의 분교유치 및 국내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국제대학과 국제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교육개방에 대해 국내 대학 보호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하고 교육관련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여도 부족할 판에 앞장서서 외국대학의 국내진출을 도와주고 있는 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의 많은 고등교육기관이 이미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우려를 더해 주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3개국은 교육개방과 관련해 이미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워싱턴 주립대는 대전의 대덕밸리에 분교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북 고령에는 캘리포니아 공대, 스탠퍼드대, 페퍼대 등 미국 3개 대학이 공동 투자하고 있는 `코텍대학교`(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며, 서울의 건설업체인 ㈜나원랜드가 강원도 횡성군에 미국의 골프대학 한국분교를 설립하기 위해 현재 미시시피 주립대 등과 협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대학 외에도 외국 유명대학의 강좌를 인터넷으로 수강하면 학위를 준다는 이아카데미, 엠비죤닷컴, 제이앤비 등의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교육개방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내 대학에 선진 교육프로그램을 접목시킴으로써 학생들은 보다 질 높은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그 동안 나태했던 국내대학들에 자극을 주어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또한 세계화가 이미 대세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교육개방을 할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개방은 본질적으로 시장원리에 기초하여 작동되어 학생의 교육 자체보다 이윤추구가 더 큰 목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대학이 국내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현행 법규 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과실 송금 허용과 학교 설립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교육개방에 따른 피해는 경제적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개방은 우리 교육과 문화의 식민화 및 대외종속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외국문화와 교육의 무분별한 침투에 따른 민족 주체성의 혼돈과 상실, 외국 교육체제와 내용의 무분별한 수용에 따른 학문의 종속화와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의 침체 가속화, 질 낮은 외국 단설대학들의 범람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개방은 또한 부실한 국내대학의 파산을 앞당길 것이다.

 

교육개방을 저지하고 국내 대학교육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관련 제단체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2002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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