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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4.15 조회수 :583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 기피 현상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정보기술(IT)사업 등 신기술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공계열 출신자들의 사회적 처우가 악화되고, 취업조차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이공계열 장학금 확대, 관련 연구소 보수 인상, 교차지원 허용범위를 축소, 이공계에 지원시 가산점 부여, 이에 대한 대학들의 추진실적 대학평가 반영, 이공계열 병역특례 확대 등의 `이공계 진학 기피 대책`을 부랴부랴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으로는 이공계 진학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공계열만 특혜를 부여한다는 것은 학문분야 지원의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더욱이 이를 대학자율로 맡겼을 때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공선택의 폭을 확대시키고자 도입되었던 교차지원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도 이공계 진학 기피 문제의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이공계 분야의 몰락에 대한 근본원인은 학문발전에 관한 철학과 전망이 결여된 정부당국의 정책에 있다. IMF 금융위기시 정부당국은 예산의 긴축운영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연구소의 재정지원을 우선적으로 삭감하였다. 그리고 국가재정의 어려움을 내세워 전체 연구인력의 80%가 집중되어 있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학문분야간 무한경쟁을 유도하여 기초학문의 붕괴를 자초하였다.
기업체와 언론의 책임 또한 크다. 기업체 역시 경제불황을 이유로 연구소의 재정을 축소하고, 연구원들을 우선적으로 퇴출시켰다. 언론은 대안없이 문제점 나열식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보도해 결과적으로 대학진학 대상자들에게 이공계 진학을 포기하라고 부채질하였다. 이는 지금의 의·치대, 한의대 집중현상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나서고 있는 기초학문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당국이 ‘학문의 서열화’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식 교육 및 연구정책 추진을 중단해야한다. 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정부당국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오늘날 기초학문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방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해야하며 이러한 연구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해야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대학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금감면을 해주는 등 기업이 대학에 투자하기 위한 제반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인력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의 학사 배출 인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며, 국내 공급과 수요현황을 보더라도 전문대까지 포함할 경우 이공계열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진학 기피만 일방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정부는 각 대학이 합리적으로 정원을 책정할 수 있도록 미래의 고등교육 수요와 사회에서의 인력수요전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력개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대학원 도입 정책도 철회해야한다. 특히 이공계열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당국은 국책연구소의 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연구원의 채용을 늘리는 등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사회적으로 신분을 보장받고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한다.
2002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