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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9.03.21 조회수 :880
# 성폭력 및 갑질
지난해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가 성희롱과 갑질로 물의를 빚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올해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성폭력과 갑질 의혹이 불거져 이를 조사한 교내 인권센터가 A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서어서문학과의 성폭력은 A교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학과 학생들 증언에 따르면, 다른 교수들의 성희롱과 성추행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총장 후보로 최종 선출됐던 교수가 과거 성희롱과 성추행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하기까지 했다.
# 논문 표절
지난해 경영대 학장에 당선된 김 모 교수는 동일한 제목의 논문으로 연구비를 부정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스스로 물러났다. 경영대 학장 선거 과정에서 교수들간 ‘암투’ 의혹도 불거졌다. 기존 학장 역시 논문 자기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종교학과 배 모 교수는 저서와 논문에서 표절 의혹이 짙은 부분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의혹이 제기된지 1개월여 만에 사표를 냈으며, 서울대는 표절 의혹 조사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연구비 횡령
이 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010년 이후 반복적으로 허위 작성한 초청 이메일을 학교에 제출해 공무 국외여행 허가를 받았고, 이를 통해 최소 1억6,000여만원의 여비와 1,890여만원의 연구 활동비를 횡령했다가 학교로부터 직위해제 당했다. 해당 교수는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2018년 11월 기각됐다.
# 논문저자로 자녀 끼워 넣기
교육부가 2018년 4년제 대학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연구 공저자로 끼워 넣은 교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8건(논문 건수)을 적발했으며,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 가짜 학술대회 참가 및 학술지 투고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가짜 국제학회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가 주최한 학술대회 참가 실태 조사 결과, 1,317명의 연구자가 1,578회 참가했는데, 참가자 수(88명)와 참가 횟수(97회, 와셋 70회·오믹스 27회) 모두 서울대가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뉴스타파가 ‘와셋’이 운영하는 가짜 학술지에 논문이나 발표용 초록을 게재한 대학별 현황을 조사한 결과도 서울대가 1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일그러진 서울대 모습
지난해와 올해 언론에 비춰진 서울대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특징은 모든 일에 교수가 관계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대는 교수 수가 4,476명(2018년 전임+비전임, 학부+대학원)으로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가장 많고, 위에서 지적한 문제는 다른 대학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전국 모든 대학의 문제이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대학’으로 생각하고, 서울대 스스로도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창조적이고 가치 있는 지식을 생산하는 곳,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 공동체’”라 홍보하고 있다. 서울대는 우리나라 대학에 큰 영향을 끼치고, 이들 문제를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적 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대는 정부로부터 운영비로 4,527억원을 출연받고, 연구비로 3,490억원을 지원(2017년 기준) 받는다. 연간 8,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대학이다. 교수 인건비 대부분과 연구비의 상당 부분이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 즉 국민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
내부 자성 목소리나 움직임조차 없어
어느 조직이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대응을 잘못하면 조직 전체가 위기에 빠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대 현 상황을 보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교수 관련 의혹과 논란이 계속 터져 나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 내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움직인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일부 피해 학생들을 제외하고, 교수사회 움직임은 전혀 없다.
대학 당국 역시 여러 사건과 의혹이 발생하고, 학생들이 항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미적대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대는 최근 3년간 11건의 징계가 있었지만 해임이나 파면은 없었다. 심지어 법인화 시행 8년째에 접어 들고,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교원 징계규정마저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2009년 법인화 추진 필요성으로 ▶스스로의 체질개선과 내부혁신의 계기 ▶초일류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자율권의 확보 ▶획기적인 재정확충과 교육‧연구역량 강화 ▶법인화 국립대학의 모델대학 구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들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법인화 10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법인화 추진 당시 밝혔던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앞선 사건 등으로 대학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내부 혁신 목표로 밝혔던 ‘교육‧연구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 측면에서 보았을 때 현실은 퇴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당국과 교수사회의 통렬한 반성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 성폭력 등의 범죄는 신속히 징계할 수 있도록 징계 규정을 제정하고, 연구 결과물에 대한 검증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국회나 언론의 질타를 받고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서울대는 과거부터 교수사회 권한이 막강했다. 서울대학교 학칙에 따르면 법인화 이전 교수평의원회는 “대학발전과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했고, 평의원회 의결 안건에 대해 총장이 재의를 요구해도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을 하면 그 안건은 평의원회의 의결로서 확정됐다. 법인화 이후에 비록 평의원회 기능이 심의기구로 변경되기는 했으나 대학 내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일반 국립대와 다른 서울대의 의사 결정 과정
서울대 내에서 교수 관련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오는 데는 규정 미비와 미약한 처벌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본부와 교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총장 임용추천위원회와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대학평의원회,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정위원회에는 교수・학생・직원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법인화 때문에 다른 법을 적용받는 서울대는 대학 운영 관련 권한은 총장과 교수사회에 집중되었고, 학생과 직원은 대부분 배제되었다.
단적으로 대학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국・공・사립을 망라한 전체 대학 대학평의원회를 규정한 「고등교육법」은 아래 <표>와 같이 6개 역할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서울대 정관」은 대학평의원회 역할을 8개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대학은 4개가 심의사항, 2개가 자문사항이지만 서울대는 8개 모두 심의사항이다. 서울대 대학평의원회 권한과 역할이 다른 대학보다 크다.
「고등교육법」 제19조의2는 대학평의원회는 구성단위를 대표하는 교원, 직원, 조교 및 학생으로 구성하되,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 평의원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다양한 구성원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울대 정관」에 따른 대학평의원회는 전체 50명 위원 가운데 교수가 45명이고 직원이 5명이다. 학생은 한명도 없다.
만약 학생들이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했다면 대학평의원회 역할에 따라 교원 징계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상황을 따질 수 있었을 것이다.
<표> 대학평의원회 역할 비교 | |
고등교육법(제19조의2 제1항) | 서울대 정관(제16조 제1항) |
1. 대학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 1. 중장기 대학 운영 및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
2.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자문) | 2. 법령, 정관, 그 밖의 규정에 근거하여 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에 관한 사항 |
3.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자문) | 3. 교육·연구 및 학사 운영의 기본 방침에 관한 사항 |
4.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 4. 대학·대학원 또는 학부·학과 및 중요 연구시설의 설치와 폐지에 관한 사항 |
5. 다른 법률에 따른 학교법인 임원 또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사립학교에 한정한다) | 5. 교육·연구 및 교직원 복지 관련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
6.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 | 6. 학칙, 평의원회에 관한 규정, 그 밖의 교육·연구에 관한 중요 규정의 제정, 개정 및 폐지에 관한 사항 |
| 7. 교직원 복지에 관한 중요 사항 |
| 8. 그 밖에 총장, 이사장, 평의원회 의장 또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학교 운영상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심의를 요구하는 사항 |
재정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립대학 재정위원회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대학회계의 예산 및 결산 ▶입학금 및 수업료 ▶교육・연구비 등의 지급 ▶주요 사업의 투자계획 ▶재정・회계규정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재정위원회 구성은 11명 이상 15명 이하로 당연직위원과 일반직위원으로 구성하되, 일반직위원이 과반수가 되어야 한다. 일반직원은 교원, 직원, 재학생을 각각 2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국립대 재정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서울대 재경위원회는 교직원과 외부인사를 포함하여 25명 이상 35명 이하로 구성하게 돼 있어 학생은 참여 할 수 없다.
서울대가 대학평의원회나 재경위원회를 「고등교육법」과 다르게 구성・운영하는 것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서울대법’) 때문이다. 이 법 제2조에 따르면 서울대 설립・조직 및 운영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고등교육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법」에는 대학평의원회와 재경위원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있어, 「고등교육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
의사 결정 과정에 다양한 학내구성원 참여 보장해야
의사결정 구조를 혁신한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학내 구성원 참여 속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대학 운영은 그만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될 것이고,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학 운영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장(대학 본부)과 교수사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도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사 결정 과정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 뉴스톱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