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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11.07 조회수 :689
고용노동부는 11월 6일, 전국 160개 대학(국·공립대학 60, 사립대학 100)이 체결한 청소용역계약 191건을 대상으로 한 ‘청소용역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정부가 만든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른 임금(6,945원 이상)을 주는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 조항을 두고 있는 용역계약도 83건(43.5%)에 그쳤고, 최저임금 조차 보장하지 않는 용역 계약도 21건에 달했다.
늦었지만 다행인 정부의 실태조사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대학들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이 단체행동 및 쟁의행위 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토록 계약서에 명시한 곳이 많았고, 집회와 노조활동을 아예 금지한 곳도 있었다. 또한 원청인 대학이 요구하면 청소노동자를 교체토록 한 대학도 있었고, 관리자 등의 지시에 순종하고 친절할 것을 강요하거나 얼굴 화장을 제한하는 대학도 있었고, 신상조회에 사상 검증까지 한 대학도 있었다.
이는 곧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저임금에 고용 승계조차 받지 못하고, 노동3권 및 인권 침해까지 받으며 최악의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몇 년 전부터 대학 청소·시설·경비노동자들의 파업과 대학 당국의 탄압이 이어졌으나,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가 이제라도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청소노동자 임금 기준을 지키는 곳이 160개 대학 중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2011년 홍익대청소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일 때 대학 구성원들의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운영된 'TO 홍익대 청소 노동자' 블로그 갈무리)
노동자 착취 구조로 변질되는 대학
그렇다면 학문의 전당이자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와 ‘돈’ 문제다.
대학들은 IMF 이후 국가적으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전면화하자 교수, 직원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근무하는 대학 교원 3명 중 2명은 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전임교원’이며, 신규로 임용되는 교원 중에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년트랙’이 더 많다. 생계 위협을 받는 시간강사들도 넘쳐난다. 행정직원들도 계약직 채용이 확산되면서 3명 중 1명이 ‘계약직’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청소·시설·경비직 등 단순노무직은 최저입찰제를 통해 용역 업체에 하청을 주었다. 우리나라 대학이 점점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터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들은 이런 비판을 어쩔 수 없는 문제라 치부하고 만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재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재정이 어렵다면서 배불리는 대학들
현재 4년제 사립대가 보유한 적립금(법인회계 제외)은 8조2천억원에 달한다. 2013년 한 해에만 1천8백억원을 늘렸다. 이와 별도로 2013년 쓰지 않고 남긴 이월금도 1조원이다. 반면, 홍보비 1,200억원, 업무추진비 260억원, 회의비 110억원 등 소모성경비로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고, 토지•건물 매입 및 건설비 등 자산 확대에 1조 2천억원을 사용했다. 대학 재정이 어렵다면서도 한쪽에서는 과도하게 이월적립금을 남기고, 소모성 경비나 자산 확충비 등은 과하게 지출하고 있다.
학교 법인은 대학운영의 일차적인 책임자이자, 교직원들의 실질적인 고용주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책임조차 다하지 않고 있다. 교직원들의 사학연금•국민연금•고용보험 등 법률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 조차 절반만을 부담하고, 매년 토지•건물 등 자산 확충에 1조원 넘게 지출하면서도 법인이 부담한 비용은 7%(800억원)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학생 등록금이 대부분인 대학에서 부담하고 있다.
결국 대학을 설립한 학교법인은 학생등록금을 주된 재원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상당부분은 대학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한 교육부
대학 청소·시설·경비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수년전부터 불거졌다. 언론사나 국회 등에서도 수차례 지적해 사회 문제화됐어도 교육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이 수년전부터 교육부에 이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해도 취합된 자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정책적 내용이 아니고 고용 노동 문제라 생각해서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 경쟁력은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교원 문제 해결로만 생기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업과 교수들의 교육 및 연구활동은 행정직원들의 사무적 지원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캠퍼스가 뒷받침되어야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등 온갖 문제에 개입하면서 이 문제는 여지껏 마냥 손 놓고 모른 채 했던 교육부가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다.
청소·시설·경비직 노동자 직접 고용해야
이번 고용 노동부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학이 부당하게 용역업체의 경영 인사권을 침해하거나 노동3권을 제한한 사례가 191건 계약 중 121건이나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 동안 청소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할 때면 용역업체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던 대학 당국의 행태와 모순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대학들은 이제라도 청소 노동자를 비롯해 시설 및 경비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재정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대학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장 이것이 어렵다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우선 준수하고, 직접 고용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교육부도 고용노동부 조사를 계기로 대학 내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실태를 자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근로조건 보호 지침'을 준수하지 않거나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대학에는 패널티를 주고, 근로자 직접 고용 비율 등 사회적 책무를 평가 지표로 넣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