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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의 함정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11.05 조회수 :661

113() 교육부는 사립대학 재정회계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영을 유도하고 학생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를 공개했다. 교육투자, 재무안전성, 법인책무성 관련 9개 지표별로 대학을 5등급으로 구분했고, 법정기준이 정해진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과 학교운영경비 부담률은 절대평가로, 그 외 지표는 상대평가로 구분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를 발표하면서, 대학의 지역적 특성, 일시적 자금관리, 재학생 현황 등 개별학교의 종합적인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고, 한 회계연도의 재정회계 상태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제를 두었다. 그러나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면 이러한 한계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착시 현상 일으키는 사립대학 재정 현실

 

가장 큰 문제는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가 일으키는 착시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너나 할 것 없이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대학운영자인 법인과 정부의 재정지원 그리고 기부금수입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일반 사립대의 등록금의존율은 56.7%인 반면 법인이 지원하는 법인전입금 비율은 4%에 불과하다. 2010~2011년 미국 사립대학 등록금의존율이 33.3%인 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의존율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국가장학금 도입 등으로 정부지원(산학협력단 포함)이 늘어나 총수입 대비 국고보조금 비율이 16.8%에 도달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외한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은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독식이 심해 대부분의 대학은 그 비중이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해 발표한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는 등급이 높은 대학은 마치 우수한 대학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열악한 재정 운영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대학운영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고, 등급이 낮은 대학들은 재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 등급을 올리기 위한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부채 비율도 5등급으로 구분

 

부채 비율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교육부는 부채 비율지표를 해설하면서 부채 비율이 100% 미만인 경우 타인자본에 비해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상태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을 의미하며, 100% 초과인 경우 부채과다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설명대로라면 우리나라 사립대학 가운데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경우는 한 곳도 없어 모든 대학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립대학 평균 부채비율은 3.4%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을 상대평가로 5등급으로 구분함에 따라 등급이 낮은 대학은 부채가 많아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업에 적용되는 경영지표를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에 나타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법인전입금양호대학의 26% 법정부담전입금 기준 미준수, 51% 자산전입금 ‘0’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가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은 사립대학이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교묘히 덮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에 따르면 이번 평가 가운데 법인전입금 비율지표에서 별점 4~5개로 양호 평가를 받은 대학은 총 43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 가운데 11(25.6%)는 법정부담전입금 법정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5조는 학교법인은 그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당해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자산전입금을 전혀 지원하지 않은 대학도 22(51.2%)에 달한다이들을 '양호' 대학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2014년 법인전입금 비율 우수대학 분석결과

(단위 : 대학수, 비율)

별표

대학수(A)

법인전입금 현황

법정부담전입금

법정기준 미준수 대학

자산전입금 '0'인 대학

대학수(B)

비율(B/A)

대학수(C)

비율(C/A)

★★★★

29

10

34.5

16

55.2

★★★★★

14

1

7.1

6

42.9

소계

43

11

25.6

22

51.2

1) 2013회계연도 결산기준

주2) 법정부담전입금 법정기준 미준수 대학 법정부담전입금이 교직원 법정부담금보다 적은 대학 대상

주3) 자산전입금 '0'인 대학 법인출연금이 있는 대학 제외


수익용기본재산과 관련된 지표도 동일한 우를 범하고 있다. 교육부는 평가지표 중 학교운영경비 부담률지표는 수익용기본재산에서 생긴 소득의 80%를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해야 한다대학설립운영규정이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절대평가했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 142교 가운데 96(68%)가 별점 다섯 개를 받아 매우 양호한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96교 중 78(81.3%)는 수익용기본재산의 연간 수익률이 3.5%가 되어야 한다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많은 대학들이 수익용기본재산에서 생긴 수익의 대부분을 대학으로 전출하고는 있지만 수익률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전출금 금액이 매우 적다는 말이다. ‘학교운영경비 부담률지표는 이 문제를 드러내지 않아 우리나라 사립대학 대부분이 마치 수익용기본재산을 양호하게 운영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실질적 대학 재정구조 개선보다 구조조정 준비 위한 평가 지양해야

 

현재 정부와 여당은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교육부는 이와 관련하여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법안이 통과되고 평가지표가 마련되면 대학을 5등급으로 분류하여 하위등급 대학의 퇴출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번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는 이 계획의 사전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재정회계 지표를 공개하면서 그 목적을 사립대학 재정회계의 건전성과 투명성 유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표 공개는 사립대학의 건전성을 향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하향평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립대학 관리 감독권을 가진 교육부가 현행 법과 규정을 버젓이 위반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에 시정을 요구하기는커녕 보는 이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만드는 등급 지표를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런 지표와 등급 등을 토대로 추진되는 대학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구조와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방향이 아닌, 그저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 정원을 적당히 줄인 채 현상을 유지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교육부는 더 이상 이번과 같은 지표 공개는 지양해야 하며,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을 어떻게 변모시킬지에 대한 총체적 방향과 내용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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