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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9.25 조회수 :1,071
9월 22일 고려대 총학생회(고대 총학)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 선언을 했습니다. 고대 총학은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학의 질을 정량화해 서열화시키며, 대학의 다양성을 가지쳐내고, 대학을 기업화’하는 등 ‘대학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다며 대학평가 거부 방침을 밝혔습니다.
고대 총학이 서울대,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대할 뜻을 밝혀 10월에 예고된 중앙일보 대학 종합평가 결과 발표 시기까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조중동'과 대학평가
우리나라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1994년 중앙일보가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후 2009년 조선일보가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공동으로 대학평가를 시작했고, 2013년에는 동아일보도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부터 대학지속가능지수를 평가했던 경향신문은 2013년부터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표> 언론사 대학평가 개괄 | |||
구분 |
도입 시기 |
평가지표(2014년) |
평가결과 공개(2014년) |
중앙일보 |
1994년 |
교육여건(90점) 국제화(50점) 교수연구(100점) 평판사회진출도(60점) ※ 2013년 지표 |
학과 평가 9월 종합 평가 10월 |
조선일보 (영국 QS 공동) |
2009년 |
교수1인당 논문 피인용수(20%) 학계 평가(40%) 졸업생 평가(10%) 교수 1인당 학생 수(20%) 외국인 학생 비율(5%) 외국인 교수 비율(5%) |
아시아 대학평가(5월) 세계 대학 종합 평가(9월) |
동아일보 |
2013년 |
상담지원(247점) 정보지원(366점) 직간접기회지원(218점) 교육과정지원(168점) |
8월 |
※ 경향신문은 2010년부터 ‘대학지속가능지수’라는 대학평가를 시행했으나, 2013년부터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
언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대학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고등교육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대학평가는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중앙일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학평가 지표와 비슷하지만, 대학 취업률과 정부와 기업체 인사담당자, 교육 및 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300점 만점에 60점을 부여합니다. 조선일보는 전 세계 학자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설문조사하는데 배점이 무려 50%나 됩니다. 동아일보는 중앙․조선과 다르게 교육 및 연구여건 등의 예비 지표 조사에서 선정된 50개 대학 학생 및 직원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설문 중심’으로 최종 25개 대학을 선정합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해마다 대학 순위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평가 지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설문조사라는 과정을 통해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커 평가의 객관성과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 대학평가의 문제점
또한 똑같은 지표로 계량해 순위를 매기는 정량 평가 지표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과 규모 차이에 따른 등록금 인상, 국고지원, 기부금 등으로 대학간 재정 격차가 매우 큽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연구비 수주에 따른 연구 성과, 전임교수 확보율 등의 교육여건, 외국학생 유입 등에 따른 국제화 지수 등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학벌주의에 따른 서열이 높고, 규모가 크며,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대학들이 우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실제 언론사들이 평가 후 내놓은 상위 순위 대학들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재벌이 인수한 대학들도 같은 범주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언론사들의 대학평가는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올바른 정보 제공’과 ‘대학간 선의의 경쟁 유도’라는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대학을 줄 세우고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정량 평가 중심의 대학평가는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모든 대학의 상황이 다른데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대학마다 언론이 평가하는 지표 중심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평가가 대학을 획일화시키고 발전 방향마저 좌우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대학이 살려면 특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 동안의 '조중동' 보도 논조와도 배치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를까요? 우리나라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거대 언론사들이 모를 리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이 평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왜일까요? 바로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우선 언론사들의 평가 결과 발표 시점을 보죠. 종합평가 결과 발표가 모두 8~10월입니다. 2014년을 예로 들면, 이 시기는 대학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앞둔 때입니다. 학부모와 입시생들이 대학 순위에 가장 민감할 때이고, 대학들도 집중적으로 홍보를 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오비이락이라 할까요? 이들 신문이 평가 결과를 내놓은 때를 전후해 대학들 광고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평가 결과 밑에 광고가 붙기도 합니다. 광고 방식도 다양합니다. 대학 입시 일정을 알리는 광고, 대학 입시관계자들이 등장하는 광고, 대학 이미지 광고 그리고 언론사들이 별지를 발행해 특정대학을 집중 조명(?)하면서 3~4개의 광고를 싣기도 합니다.
언론의 평가와 대학 홍보비
신문 광고를 포함해 대학들이 홍보에 쓰는 예산 규모는 엄청납니다. 최근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산 규모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를 보면, 2009년(193개 대학) 985억원, 2010년(198개 대학) 1,045억원, 2011년(197개 대학) 1,096억원, 2012년(195개 대학) 1,160억원, 2013년(194개 대학) 1,180억원입니다. 해마다 증가해 2010년부터는 연간 홍보비가 1천억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학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유무형의 압력은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수차례 알려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들은 거대 언론들 앞에 움추려 들기 마련인데, 평가까지 한다는 마당에 '광고를 달라'는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데가 얼마나 될까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2009년 ‘교수신문’이 특정 언론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당 언론의 평가 결과 발표 때까지 게재한 전체 대학 광고의 절반(46.6%)이 평가 상위 20위권 대학의 광고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서로 윈-윈한다’거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직접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대학 홍보비의 상당액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는 '조중동'에 집중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평가 결과 발표 이후에 보여지는 언론과 대학의 모습은 더 씁쓸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언론의 대학평가를 불편하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또 다른 대학 홍보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학들은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바탕으로 보도 자료를 뿌리거나 학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광고성 기사를 싣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가를 했던 언론은 자사 평가에서 얼마만큼 순위가 오른 대학이라고 또 다른 광고성 기사를 쓰고, 해당 대학 광고를 싣습니다.
평가 거부 실질 효과 위해서는 연대 확대해야
고대 총학이 중앙일보 평가를 거부하고, 서울대 연세대 학생회도 동조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파장이 어떻게 이어질지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가 사업 참여 여부의 결정권이 없는 학생들의 외침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도 의문입니다.
실제, 2001년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7개 지방 국립대 경제학과(부), 2006년 고려대 일문학과와 건국대 영문학과, 2010년 대교협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참여한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연합회가 중앙일보 평가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흐지부지 되어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난 적은 없습니다.
줄 세우기식 평가가 일반화된 시대적 흐름과 거대 언론을 상대로 특정 대학이나 학과 또는 단체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서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래서 이번 학생들의 움직임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타 대학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해당 대학에서 교수, 학생, 직원 및 대학 당국과도 힘을 합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작지만 의미 있는 목소리가 소중한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9월 22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학의 질을 정량화해 서열화시키며,
대학의 다양성을 가지쳐내고, 대학을 기업화’하는 등 ‘대학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다며 대학평가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미지=중앙일보 대학평가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