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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6.24 조회수 :690
경북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정적인 국가 경영에 이바지한 공로’로 7월 16일 학위 수여를 한다고 하네요.
대학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학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항이고, 고등교육법(제35조 제5항)도 이를 규정하고 있어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수여(고등교육법시행령 제47조) 한다는 명예박사학위가 가진 의미나 권위를 생각할 때, 그 대상자는 일반의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선정 과정 역시 투명해야 합니다.
경북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는 소식인데요. 보도 내용에 따르면, 대상자 선정 과정과 절차에서
학칙과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미지=경북대학교 누리집 갈무리)
특히 사립대학도 아니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라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4대강 문제나 국정원 댓글 사건,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세월호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까지 이명박정부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모 여론조사기관이 역대 대통령 비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8%의 압도적 수치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도 경북대는 ‘안정적인 국가 경영에 이바지한 공로’로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평가나 판단은 다를 수 있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상자로 선정한 경북대학교 입장을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언론에 보도된 선정 과정은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합니다.
<노컷뉴스> 보도(이명박 前대통령, 경북대서 명예박사 학위 받는다)에 따르면, <경북대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과 먼저 협의를 벌여 명예박사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한 뒤 거꾸로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일부 혼선이 빚어졌다"고 밝히면서, "명예박사 학위 수여 여부를 고위층 일부에서만 알고 추진해 실무진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경북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담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경북대학교 학위 수여 규정’에 명예박사학위는 ‘대학원장의 추천, 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제30조) 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경북대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측과 사전에 협의해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한 뒤 거꾸로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대학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습니다.
백번 양보해 경북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자 했다면, 대학 내부에서 먼저 논의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 측과 협의하는 게 맞습니다. 도대체 국립대학 ‘고위층’들이 무슨 속사정이 있길래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사전에 협의해서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한 것일까요?
뿐만 아니라 <노컷 뉴스> 기사에 따르면, <경북대 경영학부장은 "대학 본부 측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 추천이 들어와 지난 12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이를 심의했다"며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관련해서는 교수들의 투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네요. 이 역시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북대 규정에는 명예박사 학위는 ‘대학원장의 추천과 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경북대학교 학칙’에 대학원위원회는 ‘대학(원)장, 처장, 입학본부장 및 국제교류원장으로 구성하며, 일반대학원장이 위원장’이 된다고 명시(제12조 제2항)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 기사에 따르면, 경북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학위 수여 결정을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역시 명백한 학칙 위반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대상자 선정 과정이나 절차에서 경북대의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대학들이 수여하는 명예박사학위가 최고의 품격과 존경의 대상이 아닌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그 권위와 가치가 실추되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북대의 이번 결정은 이런 세간의 평가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21세기 우리나라 대학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